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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국정부는 우리들 죽음 원합니까"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떠미는 단속추방 중단 촉구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몸을 불사른 지 33년이 되는 13일, 최근 이주노동자들을 잇따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단속추방정책의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외국인이주노동자 강제추방반대, 연수제도 철폐 및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는 이날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한국정부의 추방정책에 따른 구조적 타살"이라면서 단속추방정책의 즉각적인 중단과 불법체류자에 대한 전면 합법화를 촉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11일 단대오거리 전철역에서 전동차에 치여 숨을 거둔 치란 다르카 씨와 12일 자신이 일하던 김포의 한 공장에서 목을 맨 네팔 비꾸 씨는 모두 강제추방을 앞두고 극도의 심적 고통을 겪다 죽음을 '선택'하도록 등을 떠밀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르카 씨의 주변 동료들은 그가 월급 110만원 중 80만원을 고국인 스리랑카로 꼬박꼬박 부칠 정도로 성실히 생활해 왔지만, 10월말 체류기간이 4년이 넘어 합법화 대상이 아님을 확인한 이후 심적 고통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또 8년간 한국에 체류했던 방글라데시 출신의 비꾸 씨는 최근 정부 방침에 따라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되고, 동생의 한국 입국 과정에서 빚어진 송출비리로 생겨난 빚을 갚아야 하는 막막한 처지에서 죽음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평등노조 이주지부 샤멀 지부장은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잘 잇지 못하다가 "한국정부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원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50개 전담 단속반을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추방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자진 출국자를 제외한 단속 대상자 수를 11만명으로 잡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2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그 동안 온갖 인권유린을 겪어왔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인간사냥'이 현실화될 예정이다.

평등노조 이주지부 쏘냐 선전국장은 "일부는 이미 해고를 당해 공장밀집지역을 벗어나 외진 지역을 찾아 떠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쏘냐 선전국장은 또 "정부가 이후 불법체류 신분의 이주노동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거나 은행계좌를 막아 버리는 등의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제3, 제4의 죽음이 잇따르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정부의 추방조치에 맞서 전면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이번 단속추방 조치로 생산직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인 성산업으로 유입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정진우 공동대표는 "정부 방침에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운동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