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인권위 "경찰, 피의자 물고문 의심"

관련자 8명 수사의뢰…자백강요 고문수사 여전 우려

경찰이 물고문과 폭행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볼 만한 유력한 증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포착돼 아직도 일선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30일 인권위는 신용카드 절도 협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타와 욕설, 물고문을 당했다며 김모 씨가 지난해 6월 부산진 경찰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을 조사한 뒤, 수사관련자 8명을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5월 27일 부산진경찰서는 찜질방에서 신용카드를 훔쳐 사용한 혐의로 김모 씨를 공모자들과 함께 긴급 체포해 조사를 시작했다. 김모 씨가 인권위에 진정한 내용에 따르면, 같은 날 이모 경위와 김모 경사 등이 수사 과정에서 △손과 나무 빗자루 등으로 구타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팔다리를 포승으로 묶은 채 얼굴에 3차례 물을 붓는 등 고문을 가하며 끼고 있던 반지의 출처를 추궁해 훔친 것이라고 거짓자백을 했다는 것.

이후 김모 씨는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와 상고 이유서에서 연이어 "가혹행위로 거짓자백 했다"고 호소했으나,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경찰 진술과 동일하고 신빙성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의해 기각돼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반지를 도난 당했다는 피해자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건강한 상태에서 체포됐고 조사과정에서 반항, 자해하지 않았는데도 경찰 조사 후 유치장 입감 직후부터 타박상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누워있었던 점 △조사장소가 강력반 사무실이 아니라 폐쇄된 사무실이었고 단독조사였던 점 △수사 참고인과 유치장 신체검사 담당자 등이 "조사 받고 나온 직후 머리카락과 상의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조사 받던 사무실에서 경찰관이 양동이와 수건을 들고 나왔다", "조사 직후 진정인의 손목 부위에 빨갛게 묶인 흔적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경찰관들이 반지의 출처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서울지검 물고문 치사 사건 이후 '인권보호 수사준칙'을 '법무장관 훈령'으로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해 왔다. 수사준칙은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확보한 자백과 진술거부권을 알려주지 않거나 변호인 접견을 제한하고 얻어낸 자백을 유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친구의 허위자백에 의해 살인범으로 몰려 구속된 안모 씨가 18일 동안 구치소에 갇혀 있다 진범이 밝혀짐에 따라 무혐의로 풀려나기도 하는 등 일선에서는 과학적인 수사기법보다는 '고문을 통한 손쉬운 자백 받아내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