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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반인권 국가범죄에 소멸시효도 배제해야

인권단체들, '수지 김' 사건 법적 의미 분석 토론회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가로막아온 공소시효와 함께 민사상의소멸시효도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반인도적국가범죄공소시효배제운동사회단체협의체'(이하 공소시효배제협의체)는 28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수지김 사건' 판결로 본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의 제문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8월 14일 서울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물어 수지김의 유족들에게 48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전해철 변호사는 "국가 기관의 불법행위가 명백히 밝혀지더라도 민사상 소멸시효제도 때문에 피해자들의 대한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이 '수지김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시점이 아닌 인지시점부터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의 사건 은폐 조작 행위가 사건발생 시점인 1987년에만이 아니라 2001년 11월까지 지속되었던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 변호사는 "개별 사건별로 법원 판결로 권리구제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시효 문제를 발제한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의 김석연 변호사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의 범죄행위와 국가기관의 범죄행위는 엄연히 차원이 다르다"며 "국가범죄와 함께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거나 진실을 규명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측면에서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폐·조작사건도 공소시효 배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희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소멸시효주장을 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신설하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생명 침해에 관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폐·조작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입법 과정에서 공소시효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인권위원장 이주영 의원은 "11월 법무부가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이행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행입법)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이 법률 제정을 둘러싸고 국회 법사위에서 공소시효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서 이 이행법률로 해결하고,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마다 특별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사견임을 전제로 의견을 밝혔다.

공소시효배제협의체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오는 11월 법무부의 이행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이 법률에 반인권적 범죄도 포함시키고, 민사소멸시효도 배제되는 등의 안을 마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수지 김'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법은 이들 유족에 대한 위자료지급과 관련해 국가가 구상권 행사 대상자로 잠정 결정한 이해구 전 안기부 1차장과 이학봉 전 2차장, 김씨 살인죄로 복역중인 윤태식 씨의 부동산에 대해 국가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