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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노동자가 위험하다, 정부가 위험하다

노동자가 위험하다. 대량 정리해고의 광풍으로 청춘을 묻은 작업장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되고 노숙자가 되어 지친 어깨 늘어뜨리고 고개 꺾여 훠이훠이 정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노동자들로 안 그래도 산천이 차고 넘친다. 계약직 노동자로 혹은 용역·파견 노동자로 자식새끼 하나 보고 살아보겠다고 이 악물며 온갖 모멸, 살인적 노동 견뎌내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도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그것으로 모자라단다. 부당해고 자행하는 사용주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사용주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라 너스레를 떤다. 국제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인다. 노동자에게 돈 좀 쥐어주며 이제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해도 사용주에겐 별탈 없도록 해야 한단다. 이것이 '노사관계 선진화'라 우격다짐이다.

노동자가 위험하다. 온갖 굴욕 다 참아내다 노동자들이 파업 한번 할라치면 공익사업이네, 직장폐쇄네, 강제중재네, 긴급조정이네, 안 그래도 파업을 가로막는 온갖 족쇄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도 그것으로 모자라단다. 파업하는 동안 다른 사람 데려다 쓰고, 파업금지기간 늘리고, 공익사업장 노동자에겐 강제로 일 시킬 수 있어야 한단다. 파업 해 볼 테면 해보라며 사용주가 좀더 쉽게 '배째라 식 직장폐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 일자리를 잃든지 노예의 조건을 받아들이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며 강요할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겠단다. 그러면서 묻는다. 파업하기 더 쉬워지지 않았느냐고. 이것이 '노사관계 선진화'라 우격다짐이다.

그러면서 슬쩍 복수노조 허용,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허용이라는 눈속임용 장식물을 얹어놓는다. 몇 년 전부터 지키기로 한 약속을 안 지켰던 것일 뿐이라는 진실에는 애써 침묵한다.

노동으로 일궈 세운 이 땅에 쫓기고 쓰러지고 통곡해온 노동자에겐 완전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사용주의 절대 권력만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바로 정부가 내놓은 '신노사관계 이정표'다. 그러면서 이것이 '노사관계 평등 지향'이라 우긴들 그 누가 믿어줄까. 이러다간 정말 정부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