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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번에 안되면 또다시 쫓긴다"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 상경…법무부앞 포승 시위

"이번에 안되면 5년을 또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지지부진한 한총련 수배해제와 합법화 논의를 보다 못한 전국의 수배자 가족들이 다시 나섰다.

21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한총련 수배자 가족 등 150여명은 법무부 과천청사 앞에서 포승줄로 몸을 묶은 채 연좌시위를 벌였다. 2년째 수배중인 오선임 씨(2002년 동국대 사범대 학생회장)의 아버지 오세필 씨는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높은 분 말씀에 희망을 품고 살아왔으나 수배해제가 이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생업도 팽개치고 상경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연세대 앞 천막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23일까지 상경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연좌시위에 앞서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사전행사에서 '한총련 합법화 범사회인대책위' 강위원 집행국장은 "5월 13일 대법원이 지난해 10기 한총련에 대해 이적규정 판결을 내렸고, 올해 합법화 논의가 진행된 이후에도 24명의 수배자가 연행돼 대부분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민정수석, 강금실 장관 면담 등 해볼 것은 다해 보고 참을 만큼 참았다"며 정부가 7월 말까지 수배 해제 문제를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5년 동안이나 수배생활을 하다 지난 4월 30일 체포된 박제민 씨(2000년 경기대 총학생회장·서총련 의장)의 어머니 김성옥 씨는 "새 정부가 대대적인 사면이라고 선전한 첫 사면일 직후에 아들이 연행돼 결국 징역 5년을 구형 받았다"며 "정부는 곧 수배해제 된다는 말을 흘리면서도 뒤에서는 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연행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지난 5월초 삭발까지 했던 김 씨는 "여기 모인 엄마들에 비하면 구치소에서나마 아들 얼굴을 볼 수 있는 나는 차라리 행복한 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올해 한총련 11기 대의원이 된 단국대 김진희 총학생회장도 "한나라당 등 수구·반통일 세력의 눈치를 보다가 합법화 결정이 늦어지게 되면 예년처럼 8월 초에는 나도 수배자가 될지 모른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23일까지 이어지는 수배자와 가족들의 상경투쟁은 △연세대 앞 노상감옥 시위 △청와대 앞 '신문고 울리기' 시위(22일 오전 11시 30분) △민가협·민변 주최 '한총련 수배자 인권 실태 조사보고'(23일 오전 10시·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국가보안법 폐지국민연대 등 인권사회단체 주최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 합법화 촉구 대회'와 '수배 해제 기원 108배'(23일 오후 1시·연세대 정문) 등으로 이어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