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지상중계] 사상 초유의 민·관 합동 행형개혁 토론회


한국 교정행정 사상 최초로 인권단체 활동가와 변호사, 학자, 교정공무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5일 법무부 교정국 주최로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교정행정의 당면과제와 개혁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바로 그것.

이 자리에는 한상훈 국민대 교수, 이상희 변호사, 허주욱 경기대 교수가 발제자로, 이호중 한국외대 교수, 유해정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김진숙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진수명 국가인권위 조사관, 유병철 법무부 교정국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여했고, 강금실 법무장관과 전국 각지의 일선 교도관 40여명도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광대한 주제에 비해 시간 부족으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의 주요 발언내용을 소개한다.


■ 한상훈, "수형자의 사회복귀촉진을 위한 처우 활성화 방안" : 재범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은 종래의 교정교화가 실패했음을 반증한다. '맞춤형 처우'와 작업의 현실화를 통한 교정교화가 필요하다. △작업내용과 상여금의 현실화 △중소기업과의 협력 강화 △수용자의 적성·능력·의사에 따른 작업 지정과 전업의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


■ 이상희, "수용자의 규율 및 징벌, 불복제도" : 징벌이 질서 유지보다는 지나치게 수용자들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쪽으로 남용되고 있다. △요건의 모호성 △절차 및 결정의 불공정성 △수용자 불복제도의 미비 △조사 및 금치 징벌 시 부과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 △기간의 장기화 등의 문제가 시정돼야 한다. 수용자들의 권리구제제도인 소장 면담, 순회점검 공무원·법무부 장관 청원 등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 허주욱, "교정공무원의 지위보장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향" : 교정공무원의 지위보장을 위해서는 '교정청'으로의 승격이 필요하다. 또한 양질의 교도관을 배출할 수 있는 교정연수원을 신설하고 교정공무원법을 제정해 이들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러나 교도관들이 노조를 결성할 경우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조는 금지돼야 한다.


■ 이호중(토론) : 교정행형은 수용자 개조가 아니라 그들에게 재사회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형법의 개정이 절실하다. 현 행형법은 수용자 권리 보장이 아니라 시설 관리·운영에 너무 치우쳐있고, 소장의 재량권이 너무 방대해 수용자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 유해정(토론) : 행형개혁의 전제는 교도소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감시·참여다. 그 방안의 하나로 '제3자 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다. 제3자 위원회는 교정문제만을 특화해 다루는 기관으로 수용자들의 구제요청을 심사·해결하고 교정정책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정공무원의 노조 결성도 필요하다. 유럽의 행형 개혁은 교정시설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교도관들의 노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정시설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없으면 진정한 의미의 행형개혁은 불가능하다. 교도관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수용자의 처우와 인권신장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노조를 통해 교도관들의 처우를 실질화해야 한다.


■ 김진숙(토론) : '여성 수용자'가 4.2%밖에 안돼 이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미흡하다. 특히 여성 수용자는 '취사' 작업밖에 할 수 없어 능률도 떨어지고 배움의 기회도 부족하다.


■ 진수명(토론) : 처우의 내용과 목적이 상이한 개방교도소부터 청송보호감호소에 이르기까지 단일한 행형법이 적용되고 있는 게 문제다. 아직도 교도소에서 사용되는 분류처우표에 째보, 곰보 등 장애인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가 사용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 유병철(지정토론) : 수용자들에게 고통을 주려고 징벌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고지된 규칙을 위반한 수용자들에게 있다. 심지어 독거수용을 바라거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징벌을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 상여금을 현실적으로 보장해주는 나라는 없고,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더 낮다.


■ 남상오(안양교도소 조사교감, 객석발언) : 현재 교도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시설과 과밀수용, 타조직과의 갈등 등에서 파생되는데도 매번 교도관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 예를 들어 △교도소에서 환자 수용자에 대해 형집행정지를 청구해도 검사가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 △노역수로 인한 과밀수용과 높은 발병률의 문제 등이 있다.


■ 김기현(광주교도소 서무과장, 객석발언) : 인권만 강조하는 게 최우선이 아니다. 교도관을 음해하거나 괴롭히기 위해 허위 진정한 수용자에 대해 형사제재 등 강력한 수단을 마련해달라. 수용자들의 등살에 못 이겨 의무관들이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비율이 높아 의료인력 확보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 강금실(법무장관, 인사말과 폐회사) : '인권'에 대한 교도관들의 반감이 너무 거센데, 인권은 교도관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교정혁신기획단 등을 만들어 개혁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불시에 교도소를 자주 방문하고 일선의 의견을 많이 듣도록 하겠다.

[정리: 유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