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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연재> 소리없는 '사형선고', 사회보호법 ⑤

'고무줄' 보호감호 집행, 피감호자 황폐화시킨다


지난해 청송보호감호소에서는 우리나라 교정역사에서 전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세 차례의 집단행동이 발생했다. 청송2감호소에 수감된 피감호자들이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외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 이들은 무엇보다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갈망했지만, 이것이 당장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 우선 '가출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호감호는 판사의 결정에 의해 법원에서 부과되지만, 보호감호의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고 7년 이내에서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범의 위험성'이 제거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감호를 계속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감호자들은 감호집행 개시 후 1년마다 가출소 여부를 심사 받는다.

하지만 가출소의 심사 및 결정은 법원이 아닌 법무부 산하의 사회보호위원회의 권한이며, 이러한 '심판'은 피감호자들로부터 원칙도 공정성도 없는 '고무줄 심사'라 불리며 오랜 기간 불만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사회보호위원회가 객관적 심사 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절도는 3~4년, 강도는 5년, 기타 범죄는 6년 이상이라는 공식을 세워놓고 꿰맞추기식 가출소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범죄가 발생할 경우, 범죄예방을 빌미로 피감호자들의 가출소를 엄격히 제한하기도 하며, 장기수용으로 가족관계가 해체되거나 가족이 없는 피감호자들의 경우는 보호자, 취업예정지, 보증인 등의 확인서류를 첨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옥의 연장인 감호소 생활 속에 가출소가 유일한 '희망'이 돼버린 피감호자들은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 감호소의 비인격적 처우에 입을 다물고 심지어 비굴한 아첨을 일삼거나 주위 동료를 고자질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에 가출소한 김모 씨는 "감호소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 하면 나만 살아남느냐'였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피감호자들이 출소 후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직업훈련에 매달리고, 교육과정도 없는 학사반에 들어가려는 이유도 바로 가출소 때문이다. 가출소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원이 가출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독일과 비교한다면 부끄럽기만 한 대목이다.

이렇듯 내용도 철학도 없이 집행되는 보호감호의 실태는 피감호자의 몸은 물론 마음과 정신까지 황폐화시킨다. 피감호자들의 대부분은 보호감호가 그들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기 위한 또 다른 감옥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감호소의 많은 규칙들과 처우들도 자신들의 재활과 사회정착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불만과 원망 속에서 과반수가 넘는 피감호자들은 자살을 생각한다.

사회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상습범의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사회보호법의 목적이 과연 제대로 성취되고 있는지 이제는 되짚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