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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범민중재판 지상중계> ③ 반인도적 범죄와 집단살해

전쟁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 - 고문과 학살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간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군도 언젠가는 이라크인들을 죽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이라크인들도 한국군을 죽여야 할 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만나는 이렇게 좋은 한국인들과 서로 총을 겨누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라크에서 온 살람 갓반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말라붙은 저희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9일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은 사흘째를 맞아 '수감자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와 팔루자 학살 등 집단살해'에 관한 심리가 진행됐다. 김칠준 기소대리인은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 일어난 학대와 성폭행, 그리고 팔루자 학살은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이 규정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 규정과 '집단살해' 규정에 해당되는 전쟁범죄"라고 기소요지를 밝혔다.

하지만 장경욱 변호인은 "미국은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전쟁범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기소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정보기관이 헌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도록 부추긴 명백한 조직적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라크전에 파병된 아들을 두고 있는 미국인 킴 로자리오 씨(평화운동가)는 "많은 이라크 참전 군인들은 가난한 노동자의 평범한 자식들이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에 입대했을 뿐"이라며 "군사주의가 그들이 비인간적 행위를 하도록 세뇌시키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증언했다.

재판에서는 헬기에 탄 미군이 팔루자에 있던 이라크인들을 정조준해서 폭격하는 영상 자료가 상영돼 학살이 계획적으로 일어난 것임을 증명했다. 살람 씨는 "학살 이후 30만 인구의 팔루자에서 25만여 명이 난민이 됐다"고 밝히며 "팔루자 뿐만 아니라 사마라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집단살해가 자행됐다"고 실상을 전했다. 또 그는 "아부그라이브 감옥에 수용된 이라크 여성 중에는 17명의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도 있고, 성폭행으로 임신을 한 여성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전범민중재판 여성기소인들은 총회 선언문을 통해 "전쟁이 여성에 대한 억압을 강화·재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라크에서 미군이 소녀들을 강간하기 전에 무자헤딘 전사들이 먼저 강간해야 한다고 발표된 율령을 소개하며, "점령군에 의한 폭력뿐만 아니라 저항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은 모두 이라크 여성의 정치적 권리와 삶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진행된 전범민중재판 관련 기사는 2회로 나누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