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이창호의 인권이야기

이라크 전쟁과 인권운동의 과제


지난 20일 미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되었다. 텔레비전 뉴스는 연일 미국의 CNN을 통한 전황을 알리고 있다. 어떤 공영방송 뉴스에도 이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시청자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이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인터넷 신문에 실려 있는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인용한 한 장의 사진은 전율을 느끼는 차원을 뛰어넘어 극도의 공포를 갖도록 만들었다. 미군의 공습으로 머리가 으깨진 한 어린아이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전쟁은 컴퓨터 게임처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엄청난 재앙임을 알려주는 사진이었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민중들이 희생당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오싹 소름이 끼친다. 전쟁만큼 반인권적인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20세기초 두 차례의 대전을 치르면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새로운 인권의 목록으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틈만 나면 인권을 수출하고 그들의 인권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인권을 비판하던 미국은 하루아침에 반인권국가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미국은, 아니 더 정확하게 미국의 지배계급인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시정권은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권은커녕 그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법조차 무시한 채 침략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반미를 외치는 데 머무를 수 없다. 극미(克美), 즉 미 제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전세계인의 반전 열기가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서도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전쟁의 원동력은 물론 미국의 압도적인 무기체계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개전 이후 이 전쟁을 지지하고 있는 70%에 달하는 미국 민중들의 의식이다. 그들의 의식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조종하는 미국언론이다.

자주외교를 주창하며 등장한 참여정부는 부시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에 파병을 결정하고 말았다. 이제 한국정부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한반도 위기 시에 세계의 반전 평화세력의 힘을 결집하여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한국정부가 자초하였건, 아니면 피치 못할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건 간에 구렁텅이에 빠진 한국정부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회의 파병거부이다.

오늘 열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양심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국회의 파병거부 결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포함한 한국의 지배세력은 미국과 함께 한국을 지배하는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것은 한국 민중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재벌의 이해관계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 민중들의 역할이다. 인권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한국 정부와 국회는 자신의 역할을 한국 민중에게 전가하고 말았다. 반전운동을 통한 인권운동의 주체는 결국 전쟁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민중들의 몫이다.

(이창호 씨는 경상대학교 법학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