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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용주 잇속에 청소년 노동권리 뒷전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감시 필요


"사회경험도 되고 또 내가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서 미리 직업체험도 할 수 있어요."

"돈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가족한테 선물도 하려구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지는 기대이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이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김○○양(19세)은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보육교사 일을 했던 친구들의 만류에 지금은 피자집 서빙을 하고 있다. 직업체험을 하려던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연장근로와 임금체불 등 부당 대우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김 양은 "보육교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좀 더 나이 든 다음에라도 일하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신문 배달을 한 경험이 있는 이○○군(17세)은 가출을 한 후 돈이 필요해 일을 시작했다. 신문배달을 하면 당연히 오토바이를 준다고 했지만 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할부로 오토바이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돈 받으면 갚으려고 했는데 기름값도 안주고, 월급도 50만원 준다고 해놓고 24만원밖에 주지 않았어요"라며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외에도 서울YMCA에서 2000년에 발표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와 지원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일을 했던 청소년들 중 20%가 넘게 연장근로에 대한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고 신체적 학대와 성희롱, 성차별 등의 부당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 결국 일하는 청소년들의 권리와 기대는 값싸게 노동을 이용하려는 고용주들의 잇속 챙기기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청소년 노동과 관련된 법적 규정으로 근로기준법 중 연소근로자 조항과 단시간, 단기간 근로에 대한 지침, 그리고 남녀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도 고용주에게는 종이 호랑이일 뿐이다.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이 규모가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소규모 영세 사업장은 배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당 대우를 받은 청소년들도 구제절차를 몰라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서울시 실업대책위원회가 조사한 보고서에도 부당 대우를 받은 청소년들 중 신고를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여성고용지원과의 박홍근 감독관은 "미성년자를 고용한 사업장을 일일이 감독할 수는 없다"며 "(근로기준법 중) 청소년이 알아야 할 내용을 홍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작년에는 [연소자를 위한 근로기준 안내서]라는 책자를 만들어 중고등학교 상담실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안내서가 청소년에게 직접 배포되지 않았으며 그것을 홍보하는 것 또한 학교의 몫으로만 남아 있어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지킬 수 있기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감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