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획기사] 일하는 청소년들의 권리 지키기 ①

청소년 노동은 대가없는 봉사활동?

<편집자주> 청소년에게 노동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교육적이냐 비교육적이냐'는 논의만으로는 청소년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에 청소년들이 왜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밝힘으로서, 정작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답하고자 한다.

가톨릭대학생연합회와 인권운동사랑방은 작년 11월부터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왔다.

청소년들 중 30%가 넘게 일을 하고 있지만,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기는커녕, 나이가 어리고 파트타임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떼이고 온갖 모욕과 성추행을 당하는 등 이들에 대한 부당 대우는 심각하기만 하다.


불법적인 근로계약

일을 시작하기 전 일하는 청소년들은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에 대해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 이러한 근로계약은 일하는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나중에 고용주와 청소년 사이에 분쟁이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처음 근로계약을 했냐'는 질문에 "말씀을 확실하게 안 하셨어요. 저도 그 때는 처음 일하는 거라서, 어떻게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거(임금, 노동시간 등)는 잘 못 물어봤어요"라는 정OO(음식점 서빙, 18살) 양의 대답에서도 나타나듯이,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근로계약은커녕 얼마를 받는지도 모르고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심지어 근로계약 내용에 '중간에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단 한푼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등 불법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고용주들도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22조에 따르면 "근로조건이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분은 무효"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적인 계약내용으로 인해 일하는 청소년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있으며, 실제 임금을 떼였던 김OO(음식점 서빙, 17살) 양처럼 "돈을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약속 어긴 거니까 달라고 하지도 못했어요"라며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고용주가 임의대로 근로계약을 하거나 불법적인 계약내용으로 인해 일하는 청소년들은 일을 시작하는 처음부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고용주가 부당한 대우를 하더라도 아무 말도 못한 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노동시간

"쉬는 시간은 따로 없었어요. 밥 먹을 때도 점심식사는 대충하는 날이 많았고 저녁에는 밥을 먹는 테이블까지 손님들이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를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작년 말에 한 달 동안 분식집에서 서빙을 했던 이OO(17살) 양의 말이지만 특별한 경험은 아니다. 휴식 시간뿐 아니라 밥 먹을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과도한 노동을 해야하는 것은 이미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더러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더라도 김OO(건설현장 보조, 19살) 군처럼 쉬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 군은 "거기서 거의 일하는 시간이 11시간, 12시간 돼요. 쉴 수는 있는데 눈치가 보이죠. 누군 쉬고 누군 일하고 있으니까... 근데 일하는 동안 잠깐 쉬는 게 간부 눈에 걸리면 또 욕을 먹어요"라며 정해진 휴식시간마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노동 중에 취하는 휴식은 일하면서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식사나 기타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으로, 근로기준법 53조는 "노동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노동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 청소년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있는 것이다.


저임금과 차등임금

청소년들이 일을 하면서 받게되는 부당한 대우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임금과 관련된 부분이다. 특히 똑같은 사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때로는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어른 노동자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로, 음식점 서빙을 했던 권OO(음식점 서빙, 18살) 양은 "한달 꼬박 일해서 20만원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시급이 1천원도 안 됐던 것 같아요. 정말 열 받아요. 주말에는 토요일 만원, 일요일 만오천원 받구... 어른들이랑 똑같이 일했는데 돈도 조금 받고, 아무래도 나이가 어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한 김OO(패스트푸드, 18살) 양도 "한 달 동안 일요일 빼고 하루에 4시간씩 일했는데 9만원 받았어요. 왜 이렇게 조금 주냐고 했더니 니가 일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달은 조금이라며... 일은 다 시켜먹고... 같이 일한 친구들도 6개월 지나야 20만원에서 30만원 가까이 받고 그랬어요"라며 자신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실망스러워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2천1백원(적용기간 2001.9 ∼ 2002.8)이지만 청소년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고 있는 것이다.

나이에 따른 저임금 뿐 아니라 청소년들은 파트타임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차등임금을 받기도 한다. 작년에 수능이 끝나고 잠시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일했던 김OO(20살) 양은 "월급으로 받는데 다 달랐어요. 아르바이트생은 지각 5분만 해도 팍팍 깍고... 또 아르바이트는 (텔레마케팅) 한 건당 1만원이구요, 직원은 2만원이에요"라며 관행적으로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해 차등임금을 적용하는 것에 의아해 했다.

결국 고용주들은 청소년의 노동력을 값싸고 쉽게 사용할 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일하는 청소년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고 불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