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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부시방한 반대에 각계각층 총집결

경찰 집회장 난입, 부상자 다수

부시 미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20일, 서울 도심에선 미국 반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이 울려퍼졌다.

오후 3시 종묘 공원에서는 5천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시방한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렸고, 별도로 대학생 1천여 명은 낮 1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부시 방한 반대를 외치며 한양대, 용산, 동대문, 신설동, 을지로 등지에서 기습 시위를 전개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전국연합, 전국노점상연합 등 노동·농민·빈민·여성·시민·종교단체들이 총집결한데다, 참석자 중엔 제주도에서 올라온 이들까지 있어 미국의 안하무인격 일방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

집회장 연단 위엔 '전쟁반대 평화실현', '대북적대정책 철회',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등 주요 요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집회장 앞 쪽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의 피켓을 든 여성단체 회원들이 자리했다. 집회장 뒤쪽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밝힌 이들이 알록달록한 색깔의 '부시반대' 피켓을 들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연설에서 "아이들은 아름다운 내 강산에서 남녘북녘 가리지 않고 사이좋게 살 권리가 있다"며 미국의 한반도 평화 위협을 규탄했다. 전국농민회총연합 정현찬 의장은 "미국 때문에 밀농사, 목화밭이 사라진지 오래인데, 이젠 쌀농사마저 죽을 지경"이라며 "미국의 쌀수입개방 압력에 맞서 쌀농사를 지키는데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은 "미국은 이 나라 수도 안에 1백만평이나 되는 땅을 미군기지로 차지하고서, 기름, 화학물질, 포르말린을 버려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위원장 직무대행은 "현재 미국이 우리 정부에게 강매하려는 F-15기 100대의 값 13조원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5% 인상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라며 "부시 정권이 자국의 군산복합체를 살리기 위해 우리에게 이같이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데 경총 등 자본가 집단들은 일간지에 부시 환영 광고를 게재하고 대대적인 잔치를 준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여성단체연합의 정현백 공동대표는 결의문 낭독에서 미국은 △전쟁확대 △미국식 자본주의 강요 △MD 강요 △전쟁무기 강매를 중단하고 △미군기지 반환 △민간인학살에 대한 사과 △소파협정개정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정부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해 주권국가다운 당당한 태도를 취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범국민대회 중간 농민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해 온 작은 성조기를 라이터로 불태우자 집회장 앞쪽을 치고 들어와 곤봉과 방패를 마구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집회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집회 참가자 여럿이 다쳤다. 그 중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김현숙 대표 등은 이마 부위가 찢어져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집회 후, 경찰은 해골이 그려진 성조기와 '무기강매 부시반대', '주한미군철수' 등의 글을 붙인 4대의 차량이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을 밀치며 카메라를 훼손해 물의를 빚었다. 이렇듯 경찰이 이날 종일 성조기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대응을 하는 것을 보며, 문정현 신부는 "미국마저도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용인하는데, 왜 우리나라 경찰은 성조기 때문에 자기나라 국민을 치기까지 하냐"며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