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노조인정하고 단체협상에 나와라!

레미콘 총파업 4일, 사용자 대화의지 전혀 없어


레미콘 트럭 2천여 대가 4일째 멈춰 섰다. 전국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 아래 운송노조) 소속 레미콘 기사들이 지난 10일 총파업에 돌입한 후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를 전전하면서도 파업투쟁을 지속해 왔기 때문. 이들은 13일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조인정과 단체교섭 촉구를 위한 레미콘 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명동성당까지 행진했으며, 저녁 8시부터는 서울대 노천강당에서 한국통신 계약직, 대우자동차 노동자 등과 함께하는 ‘파업 문화제’에 참가했다.

운송노조 장형창 조직2부장은, “8백여 명으로 파업을 시작”했고, “12일 과천 노동부 앞 집회에서는 9백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13일에는 1천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각 대학에서 계속 쫓겨나면서도 파업 참가인원이 늘어난 것은, 그 동안 레미콘 기사들이 느꼈던 설움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핵심요구는 의외로 명확했으며 오히려 소박하기까지 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상에 임하라는 것.

레미콘 기사들은 원래 건설사 소속 노동자였으나, 80년대 후반부터 회사측의 협박과 회유로 ‘지입차주’라는 이름의 사업자가 됐다. 지입차주란 본인 소유의 차량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발부받아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자를 뜻한다. 레미콘 기사들이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12시간 노동, 차량유지비 개인부담, 월 80-100만원 수입 등의 열악한 현실을 딛고 지난 해 9월 22일 운송노조를 결성해 회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사업자인 레미콘 노동자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노조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현재까지 단체교섭에 불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10월 27일 인천지노위는 “레미콘 운전기사는 근로자로서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고 판정했으며, 2001년 3월 13일 서울지노위는 “노조설립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므로 원직복직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아래 레미콘연합회) 유재철 총무이사는 보험모집인 등을 예로 들어 여전히 “레미콘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단체교섭도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레미콘연합회는 노동부를 상대로 레미콘기사들이 회사의 종업원이 아니라는 판결을 구하는 ‘종업원 부존재 가처분 신청’을 해 놓은 상태.

이에 대해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최명선 선전차장은 “레미콘 기사들은, 회사와 체결한 도급계약서 때문에, 현실적으로 타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도 없고 지정한 시간에 출근해야 하며 회사측의 배차에 불응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레미콘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에 준하는 자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임을 강조했다.

한편 레미콘 기사들은 14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 집회에서 위원장, 부위원장, 지부장 등 8인의 삭발식을 할 예정이다. 또 18일 과천 노동부 앞, 20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법률적으로 확인 받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