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속 빈 강정 국가인권위법안

민주당, 법무부에 무릎꿇다


14일 국회에 제출된 민주당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은 법무부가 끝까지 제동을 걸고 민주당이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허수아비 인권위원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왜 그렇게 필사적이었을까? 그 의도는 단 하나, 인권위를 무력화시킴으로써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민주당 법안에 반영된 법무부의 요구사항은 이렇다.

1) "시행령 제정은 법무부장관과 협의" : 인권위 설치 및 운영에 결국 법무부의 개입을 관철시킨 것이다.

2) "수사가 종결된 사안은 인권침해 조사대상에서 제외" : 실제 주요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는 기관은 법무부 산하(검찰 지휘를 받는 경찰 포함) 기관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수사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를 근본적으로 차단, 사실상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힘든 재소자나 저소득층, 단순 폭력사건 관련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종료해버릴 경우, 그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게 된다.

3) "상임위원의 수는 위원장과 2명 이내의 위원(총 3명 이내)으로. 단, 처음 구성할 때는 임명권자(대통령)의 의사에 따른다" : 상임위원의 수는 인권위가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상임위원의 숫자가 최소화되면, 인권위의 실질적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애초 법무부의 안에서조차 상임위원은 6명을 두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권위의 국가기구화가 대세로 자리잡게 되자, 인권위 활동의 약화를 위해 상임위원의 수를 2명으로 제한하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은 마치 물건값 흥정하듯 법무부와 타협해 버렸다.

4) "피진정인은 서면진술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불러서 조사한다. 단, 서면진술을 거부할 경우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 피진정인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기관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거부하고 몇 푼의 과태료만 물면 그만이다.

5) '인권위원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조항의 삭제 : 인권위원에게 면책 특권이 부여되지 않을 경우, 인권위원들은 무수한 송사에 시달려 사실상 업무수행이 어려워진다.

그밖에 증인신문권과 피진정 수사기관에 대한 출석요구권도 삭제됐다. 또 인권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법무부가 인권위원 선정에 간여할 길을 만들어 놓았고 소속없는 국가기구라고 하면서도 대통령 휘하에 두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당초 인권위를 민간법인으로 설치함으로써 자신의 영향 아래 두려하가 인권위의 국가기구화를 저지하기 어렵게 되자 인권위를 최대한 약체화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결과,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 성공을 거둔 셈이다. 오직 독립적 국가기구라는 '허울'을 빼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