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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박정희 철거'에 집단 히스테리

정치권, '흉상철거 사건' 본질 외면


'박정희 흉상 철거' 사건을 대하는 정치권과 당국의 반응이 히스테리에 가깝다. 여야 정당은 일제히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경찰은 무려 57명의 전담반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철거 관련자들에게 '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박정희 이데올로기'를 적극 유포하고 있는 조선일보도 7일자 사설을 통해 "법질서를 무시한 행위"라며 거들고 나섰다.


이번 사건에 관한 정치권의 반응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검증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사직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민주당 박병석 대변인)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는 입장 차가 있을 수 있으나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도록 해야 할 것. 정부는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다루기 바란다"(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

"범인을 색출하고 원상복구할 것"(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등이다.

그러나, 여야의 주장 어디에도 사태의 배경과 본질에 대한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즉,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선행"을 주장해온 여론을 무시해가며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강행하려는 김대중 정부의 태도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에 철거과정의 불법성을 과장․확대하면서, 도리어 '박정희 평가를 역사에 맡기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념관 건립계획 철회가 우선"

7일 경찰에 자진출두한 김용삼(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조직부장) 씨는 "후손들이 '역사의 죄악이 자행될 때 우리는 무엇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공공기물을 보존하기 위해 침묵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동상을 무너뜨린 게 아니라, 쿠데타 찬양 기념물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우리의 잘못된 의식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밝혔다.

흉상철거에 대한 지지 입장과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돈명, 김상근, 김승훈 등)는 7일 성명을 통해 "시민단체의 동상철거는 정당하며, 이는 국민의 혈세를 기념관 건립에 지원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정부가 국민적 합의나 여론수렴 없이 2백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박정희 흉상 철거 사태의 책임은 당국에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기념사업 국고지원 반대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상임대표인 신영철 목사는 "정치권에서 정략적 목적으로 진실에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참다못해 철거한 것이 아니겠냐"며 "관련자들을 강도상해죄로 몰고 가는 것은 독재시대의 수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으로 이는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의 정병국 의원은 "기념관 설립은 역사적 평가와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진 후에나 가능한 것인데, 그러한 절차나 원칙을 무시한 채 기념관 건립을 하려는 것은 넌센스"라며 "여야가 본질은 제쳐두고 정략적으로 이 문제를 이용하려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6일 체포된 곽태영 4월혁명회 회장과 7일 연행된 이중기 홍익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 자진출두한 김용삼, 방학진 씨 등은 영등포경찰서 강력반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