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집회봉쇄 신종수법 또 등장

회사앞 '집회금지 가처분신청' 잇따라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려는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주한외국대사관 인근 100미터 이내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을 악용해 한동안 대사관 유치작전이 벌어지더니, 최근엔 경찰이 아셈 대회장 주변의 기업과 건물주로 하여금 위장 집회신고를 내도록 해 집회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집회가 잦은 울산지역에서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집회금지처분을 이끌어내려는 기업측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업무방해․명예훼손 이유로 신청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이란 방법을 먼저 시도한 것은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삼성그룹. 삼성SDI 부산공장(울산 울주군 위치)은 지난 7월 송수근(해고자) 씨 등 노동자들이 회사 앞 집회 등을 통해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어 '업무방해등 금지 가처분신청'(아래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 제10민사부(재판장 박창현 판사)는 8월말 "(노동자들은) 부산공장 건물 주위에서 회사를 비방하는 취지의 소음방송, 고함, 구호제창, 유인물 배포, 플래카드․사진게시, 피케팅과 기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로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 "이 명령을 위반해 회사측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그 행위 1회당 각 5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 이어 현대그룹도

삼성SDI에 대한 판결 이후, 현대그룹도 잇따라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냄으로써 노동자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하려 하고 있다.

지난 10월초 현대중공업은 해고자 17명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연맹 울산본부, 심지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까지 대상으로 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 요지는 노동자들의 집회가 '업무방해' '명예훼손' '회사 소유권 및 점유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 회사측은 신청서에서 "회사 정문 앞에서의 집회가 종업원들의 출퇴근 업무를 방해하고 농성과 시위를 하면서 회사를 비방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명예회복'에 대한 적당한 처분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측의 신청 대리인은 '법무법인 원율' 소속의 김성환, 신면주, 정선명, 박춘기 변호사 등이다.

이에 대해 이경우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소유권자가 건물을 세우거나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를 방해한다면 점유권 침해일 수 있겠지만, 정문 앞의 특별한 사용 용도도 없이 단지 집회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미포조선도 "회사를 비방하는 유인물 배포, 현수막 부착, 앰프를 이용한 가두방송, 노숙시설물 설치 등 일체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1회당 1천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가처분신청을 지난 9월 21일 법원에 냈다. 현대미포조선 앞에서는 해고자 김석진 씨의 복직을 위한 지역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