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가압류 남발, 파업권 껍데기뿐

배달호 씨 분신 계기로 '가압류' 쟁점화


지난 9일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50)씨 분신사망 사건으로 두산중공업의 노조탄압 실상이 주목을 받게 됐다. 배달호 씨의 분신배경엔 해고자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노조탄압 문제가 깔려 있으며, 그 가운데 특히 '신종 노동탄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및 재산가압류 조치가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권하루소식>은 고 배달호 씨 분신배경의 하나였던 파업참여자에 대한 재산가압류의 문제점을 짚어봤다.[편집자주]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24일 노조가 파업 과정에서 제품출하를 방해하는 등 업무를 방해해 154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 등 노조간부를 상대로 6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고 조합원들의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했다. 2002년 임단협 교섭 당시 교섭위원이었던 배 씨 또한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부동산까지 가압류 당했다.

배 씨는 유서에서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회사의 노조탄압과 더불어 손배소송·가압류가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이라는 참극을 빚은 것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액수는 손해배상액이 58개 업체에서 5백35억여원, 가압류 청구액이 44개 업체에서 1천77억여원으로 모두 1천6백12억여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임단협 시기 노사갈등은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얼마나 개선할 것이냐가 아니라,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용자들의 손배소송·가압류 청구를 어떻게 할 것이냐로 변질돼 더욱 장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와해 전술'로 일반화

사용자의 손배소송·가압류 청구는 노조 조합비나 노조 간부만이 아니라 일반 조합원까지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상반기 발전노조 파업사태의 경우, 회사는 파업참가 조합원 3천9백28명을 상대로 1백48억원을 가압류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5개 발전회사는 '경영정상화 추진 기본계획'(2002년 4월 7일)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 대상자 결정, 가압류 처리 등은 노사관리 안정화 차원에서 징계 및 고소사건과 연계하여 처리"하겠다고 밝힌 뒤, 해고자 선별 복직 조치와 함께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를 취하함으로써, 결국 노조를 길들이고 조합원들의 저항의지를 굴복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술'로 '가압류'를 활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노동자들의 재정적 취약성을 악용해 사용자가 임단협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의 경우 확정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손배소송과 가압류 등 민사상 대응은 법원의 서류심사만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져 조합원들은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헌법은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 법원 판례는 집단적인 권리에 대해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하고 있다"며 "업무방해죄 등 현행법을 피해나갈 수 있는 파업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 "노조 파업에 대해 예전과 같이 공권력 투입을 통한 탄압뿐 아니라, 최근 들어 경총의 임단협 지침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이 손배소송·가압류 등 법제도적인 맹점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3일 성명을 통해 "법원은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친 채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남발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탄압의 수단을 제공하였다"라며 "노동쟁위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은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