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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한변협 '99 인권보고서(제14집)』


2000. 8 / 대한변호사협회 / 539쪽

따져볼 것이 많은 세상에서 인권 지수를 따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대한변협 '99인권보고서(제14집)는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보고서는 모두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99년 인권상황을 개괄한 제1부에서는 국민의 정부에 부과된 인권과제를 ▲과거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의 제거 ▲반민주악법과 제도의 개선 ▲새로운 인권제도의 확립으로 나누어 고찰한 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현한 것이 없다"는 냉정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현대문명사회에서 가장 반인권적이라고 지탄받는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유지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와 관련해서는 위상과 권한이 명실상부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지향한 민간단체의 노력이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기구로 만들어 장악하려는 법무부의 시도로 무산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생명․신체의 자유, 노동자의 권리 등 8개 부문으로 나누어 관련 사건을 상세히 소개한 2부에서는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삶의 질 저하'라는 특징이 표출되었다면서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와 방향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제3부는 특별검사제를 둘러싼 논란과 도감청 현황 및 대책을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의 미덕은 한해동안 표출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조사 보고서, 의견서 등 풍부한 자료를 수록한 부록에도 있다.

한편 이 보고서가 나오자 법무부는 즉시 보도자료를 내어 ▲'이적인식'을 엄격히 적용하고,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면 국가보안법 제7조 그 자체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인권법안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인권단체들에 책임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기자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주장이냐고 묻는 과정에서 법무부 관계자는 "보고서를 읽지는 않았고 신문에 나온 내용을 보고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이라 밝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책을 읽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