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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사람새끼도 아니니 그냥 밟아"

민주노총·인권운동사랑방 '경찰폭력' 공동조사

호텔 롯데와 사회보험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경찰폭력 설문조사 결과가 윤곽을 드러냄으로써 그 동안 소문으로만 알려진 경찰폭력의 실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단병호)과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공동으로 1천3백여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의하면 경찰의 농성 진압과정은 무법천지 그 자체였으며, 임산부와 장애인까지가 무차별로 폭행을 당했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나타난 경찰 진압과정의 특징은 △욕설과 마구잡이 폭행으로 극도의 공포심 조장 △파업조합원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 표현 △여성조합원에 대한 비하와 폭언 △임산부, 장애인 등 약자에게 더 심한 폭행을 가했으며, 이 결과 여성조합원 중 일부가 정신적인 후유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진압당시 경찰의 폭력유형은 △섬광탄 등을 마구 쏘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여 △쇠파이프, 곤봉 등을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군화발로 마구 짓밟고 △임산부, 장애인, 부상자가 호소하는 경우 오히려 더 잔인하게 폭행하고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고 기합을 주고 △기물을 닥치는 대로 파손하는 등 온갖 폭력이 판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진압과정은 욕설의 '향연'

특히 경찰은 상급자들까지 쌍스러운 욕설을 하여 부하들을 더욱 고무하였으며, 여성노동자를 비하하는 욕설과 성희롱 발언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노조원들이 서술식으로 답한 경찰의 욕설은 "개새끼, 씹새끼, 좃같은 새끼들"의 빈도수가 가장 많았고, 그 이외의 사례로는 "내가 책임질게. 이것들, 사람 새끼들도 아니니까 그냥 밟고 지나가!", "눈 마주치는 새끼는 눈깔을 빼 버리겠다", "개새끼들아, 유리창 깼으면 뛰어내리지 왜 그냥 있었느냐?" 등이 있다. 또 경찰의 성희롱 폭언으로는 "씨팔년들, 얼굴 반반한 년들이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지 왜 기어나와서 지랄이야", "('임산부가 있다'고 하자) 오줌이나 싸버릴까 보다", "임신한 게 자랑이냐? 오줌 싸 버린다", "야이, 씨팔년들아! 니들 때문에 잠 못잤어! 개 같은 년들아, 조용히 해!"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난무했다고 노조원들은 답했다.


미란다 원칙 무시

또 연행된 조합원 중 상당수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했고(롯데 27.0%, 사회보험 56.8%), 가족, 지인과의 면회가 불허됐으며(롯데 9.6%, 사회보험 4.6%), 일부는 밤샘조사(롯데 2.2%, 사회보험 0.9%)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훈방시 '파업, 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롯데 11.3%, 사회보험 53.9%)를 쓰게 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와 노동자의 기본권을 경찰이 직접 제한하는 불법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응한 노조원들은 본인이 겪은 경찰폭력 사례로 △곤봉, 쇠파이프, 방패 등으로 마구 폭행(롯데 77.7%, 사회보험 54.2%)하고, △욕설을 퍼붓고 오리걸음 등의 기합(롯데 69.9%, 사회보험 55.4%)을 주었으며△군화발로 마구 짓밟았다(롯데 79.0%, 사회보험 38.4%)고 답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게 알릴 것"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사무국장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무영 경찰청장을 비롯한 진압책임자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천박한 인권의식이 드러난 경찰에 대한 전면적인 인권교육을 미룰 수 없으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등 국제적 인권기구에 알릴 것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배포된 설문지는 1800부, 응답자는 1317명이다(73.1%, 롯데 727명, 사회보험 590명). 응답자 중 연행되지 않은 사람은 롯데노조 31명, 사회보험노조 102명이다. 이 설문의 최종집계는 다음 주 초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