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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쫄지 말고 당당하게!”

뉴코아 파업현장 ‘언니들’에게 날아간 인권교육

교실처럼 꿈틀이와 오붓하게 모여앉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란다. 게다가 몇 백 명의 꿈틀이와 함께 해야 한단다. 과연 인권교육이 가능할까? 하지만 ‘긴급 상황’이다.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매장을 점거하고 사측과 싸우고 있는 이랜드 계열사 뉴코아 노동자들에게 인권교육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안 일어나면 가장 좋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경찰에 대한 인권적 대응방안을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경찰 폭력에 대응하는 법을 줄줄 얘기할 수도 있지만, 꿈틀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이들을 교육으로 초대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든다. 인권교육이 투쟁 현장과 결합한다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담아 ‘언니들’이 농성중인 뉴코아 매장에서 인권교육의 둥지를 틀었다.


날개 달기 - 투쟁 현장도 인권교육의 장!

이랜드는 올 6개월 동안 계열사인 홈에버에서만 계산업무를 하던 500여명을, 뉴코아에서는 3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그 자리를 외주용역으로 대체하고 있다. 노동부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안하무인이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경찰폭력의 위협에 놓이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는 일! 물론 교육만으로 경찰 폭력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아는 만큼 저항의 힘도 강해질 수 있음을 믿으며, 지난 7일 뉴코아 강남점에서 농성 중인 ‘언니들’ 앞에 섰다.


인권교육을 하기에 앞서 교육 환경을 점검해보는 것은 필수! 교육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농성 중인 매장 계산대 주변이 바로 교육 장소이고, 여전히 물건을 사러 매장을 찾는 손님에, 언제 사측의 방해가 있을지 몰라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다. 해고된 노동자가 대부분은 여성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교육에 허락된 시간은 최대 30분. 게다가 노동자들이 여러 계산대 앞에 흩어져 농성중이므로, 농성장을 돌면서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결국, 짧지만 효과적으로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에게 맞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바로 상황극! 우선 경찰 폭력에 대해 돋움이가 짧게 상황극을 준비해서 보여주고, 이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리할 때에도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큰 종이에 쉽게 풀어서 써 노동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더불어 날갯짓 - 경찰폭력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자세

대규모로 참여하는 인권교육이 으레 그렇듯, 경찰폭력에 맞서 법에 보장된 권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본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정도가 이번 교육의 현실적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보만 제공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교육을 여는 출발점에서부터 ‘언니들’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한지 아낌없이 지지를 보내주고, 여성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자며 힘을 불어넣는 일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적게는 50명, 많게는 1백여 명이 모여 있는 농성장에서 처음부터 노동자들의 관심을 확 끌기 위해 상황극 팀 이름도 정했다. “저희는 ‘쫄지 말자’예요.” 앞으로 한 손을 쭉 뻗어 내밀며 힘껏 외친다. “와~ 짝짝짝. 하하하하~” 여기저기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무거운 주제지만 그렇다고 분위기까지 무거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경찰폭력을 다루기에 앞서 용역들의 폭력에 거침없이 똥침 놓기를 시도했다. 파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회사가 고용한 용역들의 ‘시비 걸기’이다. 어떻게 하면 용역들이 저지르는 불법을 막고 혼줄을 내줄 수 있을까.

용역 : (선전물을 발로 차면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아니 아줌마 남의 사업장 와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서 집에 가서 밥이나 해~
노동자 :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다가) 누구세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용역 : 아, 이 사람들이 말기를 못 알아듣네. 남의 장사 왜 방해냐구? 이 아줌마들 안되겠구만. (다른 용역들을 보며) 야, 여기 다 쓸어버려!


“잠깐!” 용역이 노동자들을 끌어내려고 하면 진행을 맡은 돋움이는 상황극을 멈춘다. 연기를 하던 돋움이들은 정지 동작을 유지한다. 함께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돋움이는 먼저 “이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셨나요?”라며 노동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폭력을 쓰면 안돼요.”, “반말을 했어요.” 다들 문제점을 잘 끄집어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진다. “맞습니다. 절대 용역은 여러분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용역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어요.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쫄지 말고 반드시 불법임을 지적하고 항의해야 해요. 혹시라도 일이 터지더라도 그때그때 영상이나 글로 기록을 남겨 증거를 확보하자구요. 그들이 노련하면 우린 더 노련하게!”

전경 : (방패를 들고 줄을 맞춰 서서) 대열정비! 대열정비!
노동자 : 우리도 일하고 싶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경찰 : (뒷짐을 지고) 아! 아! 여러분은 지금 불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해산하세요.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불라불라불라불라’입니다. (전경을 향해) 야, 모두 끌어내!
노동자 : 지금 방송에서 뭐라는 거야? 우리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이때 전경들이 방패로 노동자들을 내리치고, 잡아가려고 한다.


“잠깐!” 연행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적혀 있는 정리판을 보여주며 돋움이가 크게 외친다. “개처럼 끌려 갈 수는 없다. (노동자들을 향해) 뭐라구요?”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 노동자들도 힘차게 따라 외친다. “개처럼 끌려 갈 수는 없다!” 이어서 돋움이는 경찰이 연행할 때 기본적으로 알려줘야 할 ‘미란다 원칙’(체포이유, 방어권, 변호인 선임 등)을 쏘옥 빠뜨리지는 않는지, 폭언과 폭행을 가하지는 않는지 잘 살펴보고 대응해야 함을, 연행 과정에서 다칠 경우 참지 말고 증거 자료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꼭 가야 함을 꼭! 꼭! 집어서 정리해준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연행될 때 남자 경찰에 의한 성폭력의 위험이 뒤따른다. 따라서 끌려갈 때 끌려가더라도 여경이 연행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요구해야 함을 특별히 덧붙인다.


연행된 후 조사과정에서도 ‘당당하게 조사받자’며 돋움이는 ‘언니들’을 격려한다. “경찰이 여성 노동자라며 얕잡아보고 비하하는 말을 듣더라도 쫄지 말고, 강력히 항의하며 본때를 보여줍시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도 남자경찰이 불편하면 여자경찰을 불러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세요. 영장 없이는 경찰이 노동자들의 소지품을 함부로 뒤지거나 뺏을 수 없어요.” 폭력을 행하는 경찰에게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돋움이의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다.

유치장에서 머물러야 할 때에도 상주하는 경찰들이 대부분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불편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몸수색은 반드시 여자경찰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상체가 보이는 화장실이 아니라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폐쇄형 화장실도 쓸 수 있도록 요구하세요” 여기까지 하고 나니 ‘경찰 폭력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자세’가 한 세트로 정리됐다.


머리를 맞대어 - ‘언니들’의 연대의 힘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아도 막상 눈앞에서 경찰 폭력이 일어난다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어떤 권리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항의해도 그 순간 경찰의 폭력을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에게 무장한 남자 경찰들은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무력감도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랜드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규·비정규직의 연대로 더욱 힘차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경찰폭력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도 ‘언니들’로 뭉칠 때 경찰의 오만한 폭거를 중단시키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럴 때 인권교육의 힘은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저항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