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비정규직'을 해부한다 ② 단시간·임시직 노동자

"우리가 소모품도 아닌데..." 노동자의 긴 한숨


단시간노동자, 임시직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되어 있으면서도 노동시간이나 근로계약 기간의 차이를 이유로 정규노동자와 차별적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근로기준법 상의 '단시간근로자'의 정의는 "1주간의 소정 근로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해 짧은 근로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정규직에 비해 단 1시간이라도 짧은 사람은 모두 단시간 노동자에 해당하게 된다. '임시직근로자'에 대해서는 법률상 정립된 개념도 없으며 정확한 실태 파악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흔히 계약직․촉탁직․아르바이트직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정규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거의 같은 시간 동안 하면서도 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낮은 임금, 사회보장 혜택으로부터의 제외, 계약 갱신기 마다 맞닥뜨리게 되는 해고의 위협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한국통신에 입사할 때 1년짜리 계약직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다들 평생 직장이 되겠거니 했지요." 근무 경력 17년, 현재 동대문 전화국에서 일하고 있는 윤백희 씨는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국통신의 8천5백여 계약직 노동자들은 재계약이 언제 되는지도 모른 채 수년간을 일해왔다. "회사에서 아예 우리들 도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5월 31일 대전․충남지역에서 17명이 예고도 없이 계약해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 중엔 함께 일하던 부부도 있었다. 이어 같은 지역에서 2백 여명이 6월 30일로 계약이 끝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실업'이란 단어가 당장 눈 앞으로 다가 온 것이다.

"이제껏 공휴일도 없이 일한 대가가 일방적 해고라니… 우리가 소모품도 아닌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20년 넘게 계약직으로 일해온 구강회 한국통신계약직 노조 위원장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사실 그랬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145만원의 임금이 90만원으로, 85만원으로 뭉턱뭉턱 잘려나갈 때도 '짤릴까봐' 속으로 한숨만 쉬어야 했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식이 둘 있는데, 그 돈으로 아이들 교육 잘 시키겠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구강희 위원장은 말을 계속 잇는다. "차별은 임금 뿐이 아니에요. 하루는 월차를 내겠다고 보고하고 나왔는데, 다음날 회사에 가보니 출근부에 무단결근으로 처리되어 있더군요. 주 평균 52시간이 넘게 일을 해도 초과근무 수당도 없어요."


한국통신, '계속근로' 인정 회피

한편, 한국통신 측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된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 명의로 다시 들어오든지, 한국통신 일을 도급으로 하는 업체에서 잠시 일하다 다시 들어오라고 권했다고 한다. 동대문 전화국에서 일하고 있는 고철윤 씨는 "일거리가 없어서 계약해지하는 게 아닌 거죠. 신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처럼 꾸며서, 사실상 '계속근로'해 온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98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하여 갱신된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통신노동조합마저도 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의 규약에는 계약직도 조합원 가입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지만 실상은 계약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계약직 노동자들은 별도로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현재 '단일사업장 내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묶여 노조설립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법외 노조라 사측으로부터의 탄압이 심해요. 하지만 이제까지 차별받은 게 억울해서 멈출 수가 없어요. 정규직원이 될 거라 생각하고 들어온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싸워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