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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근안 법정 최고형 구형

여타 고문 사건, 진상규명·배후세력 처단 안 돼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다.

납북어부 김성학(48, 강원도 속초) 씨 고문사건 공소유지 변호사인 백오현 변호사는 2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구만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이 전 경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불법감금, 독직가혹행위죄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6월에 자격정지 10년 6월을 구형했다.

백 변호사는 "피고인이 공소시효가 지난 김근태, 함주명 씨 고문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성학 씨에 대한 고문사실은 대부분 부인하는 등 교활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피고인이 김씨를 수사하면서 자행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돼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경감은 최후진술을 통해 "김 씨의 고문주장은 터무니없는 일로 사실이 규명돼야한다"고 말해 여전히 뉘우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잔인한 고문 … 해결 없는 사건들

이 전 경감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음에도 불구하고 고문사건 피해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84년 일본간첩 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당한 이장형 씨는 "이근안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것을 보면 그가 저지른 고문행위가 얼마나 잔인무도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며 "이러한 고문사건이 한 두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공소시효를 이유로 여타의 사건을 덮어두려 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이근안을 고소했던 고문 피해자 함주명(61) 씨도 "반갑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함 씨는 "사람들이 이근안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것으로 고문문제가 일정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 문제를 포함해 어느 누구의 고문사건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은 이근안에 대한 처벌 못지 않게 고문 배후세력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근안의 배후세력을 철저히 밝혀내 사법적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고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