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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파업노동자가 말한다 >

"우린 함께 살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21일 서울대 노천극장 잔디밭. 다닥다닥 붙은 수많은 천막과 잔디 위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수천여 명의 모습은 마치 어린이대공원에 모인 놀이 인파 같은 평온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은 구조조정이라는 '해고괴물'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다. 깍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과 수건을 목에 두른 차림으로 노숙자를 연상케 하는 최성민(지축 차량정비소속․29세)씨,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젓던 그에게서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이유를 들어봤다.

"파업에 참여한 이유는 사측이 경영의 어려움을 인원감축이라는 형태로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지하철 노조만의 단순한 싸움이 아닙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무조건 노동자를 해고하는 지금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시민들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비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하철 차량 정비부문은 인원이 보충되어야하는 상황인데 사측은 해고하려 야단입니다 그리고 부실 재벌의 빚을 갚아주면서 지하철 같은 공공부문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누군가 고의로 지하철을 고장냈다는 사측의 주장이 있는데 지하철 기지는 경찰에 의해 포위되어 있고 차량을 잘 아는 승무지부(차량 운전직) 조합원 전원은 명동성당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있습니다.

2천3백여명의 차량지부 조합원도 이곳 서울대에 있는 상황에서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달리는 차량의 바퀴에 매달려 고장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고의로 고장을 냈다고 운운하며 수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파업을 철회하고 속속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료가 파업을 하던 말던 회사로 복귀하면 해고 명단에서 제외되겠죠. 하지만 가장 많이 복귀한 건축지부의 경우 전부 160명인데 그 중 각 지부별로 지원되는 차량의 운전사 행정직 등을 제외하면 20여명 정도 복귀했을 뿐입니다.

명동성당에 중앙위원과 승무조합원 1천4백여명 전원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대오를 유지하고 있고 이곳 서울대에는 기술지부 역무지부 차량지부 등 서울지하철노조원 6천여명이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는데 속속 복귀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은 언론이 노동자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하고 왜곡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집을 나두고 이렇게 싸우고 싶어서 싸우겠습니까? 우린 함께 살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해고 분위기를 바꾸는 선봉에 자신이 속한 지하철 노조가 앞장서고 있어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서 이번 파업을 쉽게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가 배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