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비열한 법무부 인권법 뒤통수

반대세력 낙마 틈타 기습 확정


정부․여당이 22일 밤 국가인권기구 설치와 관련된 인권법 최종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 이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인권법 최종안은 법무부와 여당간의 기습적 밀실합의를 통해 확정된 데다, 그 내용에서도 법무부의 인권위 개입 가능성을 계속 남겨둠에 따라 민간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번 인권법 최종안은 김원길 정책위 의장의 경질과 이기문 인권위원장의 의원직 상실 등 국민회의측 전문가들의 낙마를 틈타 결정됐다는 점에서 ‘비열한 기습’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 전 의장과 이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강조해오며, 법무부와 줄곧 대립된 입장을 보여온 인사들이었다. 특히 최근 김 전 의장과 이 위원장이 인권위 설치문제에 있어 민간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와 공개적 논의를 약속해 왔음에도, 신임 장영철 정책위 의장과 박상천 법무부장관은 이를 무시한 채 전격적인 합의를 이뤄냈던 것이다.

이렇듯 국민회의 내 인권위 전문가들의 공백을 틈타 결정된 인권법 최종안에는 당초부터 ‘민간특수법인’ 형태의 인권위 설치를 고집해온 법무부측 입장이 결국 관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인권정책을 법무부가 주도하고 인권위원회는 단지 틈새를 보충하는 역할에 그쳐야한다는 이른바 ‘틈새기구’적 위상이 유지된 것이다. 이는 인권위원회의 준헌법기구적 성격을 강조해온 민간단체측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상이다.


인권위 준헌법기구 위상 배제

물론, 인권법 최종안이 당초 법무부 안에 비해 법무부의 개입범위를 다소 축소한 것은 사실이다. 예산에 대한 법무부의 의견개진 절차와 인권위원회 설립정관의 변경 시 법무부장관의 인가권을 삭제한 부분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인권위원 선임에 있어 국무총리 몫으로 주어진 3명에 대해 법무부와의 협의 절차를 남겨둔 점 등은 법무부의 입김을 방지할 수 없도록 하는 독소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민간특수법인으로 설치함에 따라 인권위 직원을 파견공무원과 계약직 민간인으로만 구성, 전문성과 책임성을 지닌 전속공무원을 두지 못하게 된 점 △인권위원 9명 중 4명만을 상임으로 둔 점은 인권위 활동의 약체화를 가져올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법무부가 최종안 확정 과정에서조차 밀실야합의 구태를 선택한 것은 향후 인권위 설립과정의 주도권을 법무부가 계속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돼 각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는 23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인권법 최종안 확정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