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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발제요약> 민변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범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대한 대응논의와 대중들의 저항 내에서 '인권'이라는 담론은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1) 지배적 상황: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은 무역자유화, 투자장벽 철폐, 국영기업의 민영화, 국제금융기관의 구조조정프로그램 등으로 나타난다. 세계경제의 흐름은 '전세계적 외채상환과정'에 의해 조절되고 있고, 그 조절기제는 'IMF/세계은행의 거시경제적 개혁정책'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개발과 외채상환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신자유주의의 주장과는 달리, 개도국의 외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유엔도 IMF의 구조조정정책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은행과 IMF가 유엔의 인권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2) 지배적 상황: 반이성과 빈곤의 세계화

선진국과 초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의 세계화는 갈등과 분쟁의 지구적 확산, 전지구적 불평등의 심화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문화와 고유한 가치가 훼손되기도 한다. "지역의 해체를 대가로 이루어지는 세계의 통합", 즉 "깊은 불신의 골에 갇힌"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3) 지배적 상황: 생존권적 저항과 연대의 세계화

최근 대다수의 개도국과 선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양한 국제연대망을 형성하면서, IMF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이론적·실천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제3세계네트워크', '지구의 친구들', '대안의 개발정책 그룹' 등은 국제경제질서의 부도덕성, 반인권성, 반인륜성을 드러내기 위해 국제 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생존권적 저항도 전개되고 있다. 95년 사회개발정상회의가 열리던 코펜하겐에서는 브레턴우즈체제의 종식과 투기자본의 통제를 요구하는 세계 민간단체들의 공동집회가 개최됐다. 캐나다와 유럽 노동조합이 주도한 "세계화와 기업의 지배"라는 심포지엄에서는 기업의 지배를 초래하는 다자간투자협정, WTO, 투기자본, IMF/세계은행을 사회운동의 주요 대상으로 삼기로 결의했다. 멕시코의 사바띠스따 농민군의 저항, 인도네시아의 최근 민중항쟁도 IMF체제에 대한 생존권적 저항의 사례들이다.


(4)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인권론의 의의

개발주의(경제주의)는 인간을 경제의 객체 또는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이에 반해 개발에 대한 인권적 접근은 인간이 자신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스스로 경제체제와 사회환경을 결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인권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앰네스티 또한 국제금융기관과 초국적기업이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5)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문제

세계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제적으로는 채무국의 주권이 선진채권국과 국제금융기관에 의해 제한되고, 일국 내에서는 노동자와 중산층의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 권력의 구조와 민주주의의 원리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제되지 않는 "기업의 지배"는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강력한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6) 국제경제기구의 국제법상의 책임성

IMF와 세계은행은 자신들이 국제인권규약의 가입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인권보장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이 특정한 정책이나 행동이 특정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져왔을 때 국제적 법인격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제법해설에 따를 때, 국제적 법인격인 IMF도 국제법상의 책임에서 면제될 수 없다.

IMF의 차관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국제 인권법상의 근거는 바로 '발전의 권리'다. 86년 유엔총회에서 선언된 발전의 권리는 구조조정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격을 제한해야 함을 의미한다.


(7) 발전의 권리의 핵심인 참여의 권리

소수 경제전문가들과 고위 정치인들간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인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발전의 권리다. 발전의 권리의 관점에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기관이 어떠한 의무를 지니는가에 주목한다. 따라서 인권운동은 IMF의 구조조정에 맞서 발전의 권리를 가장 중요한 인권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8) 구조조정의 여파와 대표적인 인권침해 영역

인민의 주권과 참여의 권리를 부정하는 구조조정이 가져오는 사회적 결과로는 실업의 증대, 임금하락, 빈곤의 심화, 여성과 아동의 인권침해 심화, 식량안보의 위협, 광범위한 환경파괴, 보건의료체제의 약화와 질병의 확산 등을 들 수 있다.


(9) 인권운동의 과제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시장과 기업권력의 확대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급진적 공세와 사회적 규범을 강조하는 보수적 방어는 인권운동을 둘러싸고 있는 딜레마다. 이러한 딜레마는 인권에 대한 구조적 접근, 시장을 넘어서는 전망과 관련된 급진적 인권규범의 형성, 기본자원에 대한 시장불가침 영역 설정, 저항과 대안모색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인권운동의 급진화를 이룸으로써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