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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노동자 상품 취급 말라”

<요약> 외노협 정부정책 비판문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최근 정책은 여전히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 없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충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본지 4월 10일자 참조>.

외노협이 지적하는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주>


1) 외국인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여전히 거부하는 외국인 노동정책

정부관계기관의 어느 문서를 보아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말은 없다. 하나같이 '해외인력' '연수생' '조선족'으로 명기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시각이 교정되고 있지 못하며 값싼 노동력으로서 오직 활용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정책의 기저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임금체불과 관련하여 노동부의 불법취업 외국인 관련 행동지침을 보면 '체불등의 해결이 곤란할 경우 진술조서 또는 자술서 등을 받아 종결처리 되게 함으로서 성의 있게 처리된다는 점을 진정인에게 주지시킨다'라고 명기하여 일선 행정기관에 하달시키고 있다. 최선을 다하여할 노동부가 외국인노동자인권의 문제가 대두되자 '성의 있게 처리된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된다'는 전시행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2) 벌금제도에 대한 비판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나 불법고용주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체류연장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는 1개월 당 10만원 꼴의 벌금과 사면기간에 출국하였다 하더라도 3년 이내 국내입국 거부, 체류연장 고용주에 대하여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의 벌칙을 주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나 영세중소기업은 범죄자가 아니며, 모두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정부는 벌금제도를 통하여 국제범죄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또한 이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수천 억에 이르는 벌금이 어떻게 쓰일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며, 법무부 예산책정에서 벌금수입은 제외되어야 한다. 아울러 벌금으로 인한 기업주와 외국인노동자 단속 관계자와의 비리가 근절되어야 하고, 불법체류를 조장하는 김포출입국 관계자들의 불법행위와 출국하는 외국인노동자를 이용한 금품수수비리 행위를 먼저 근절하는 자성을 보여야 한다.


3) 강제출국조치에 대한 비판

최근 정부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을 강제출국조치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필요하면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집중단속 기간 외에는 고용하도록 방조하고, 인력수급 조절상 필요하다면 단속하는 기준 없는 이중정책을 펴왔던 것이다. 이는 법무부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인권유린의 기초였다.

IMF시대 이후에 집중단속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이동의 자유'와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갈 권리 박탈'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으면 한국에 남아 있으라 해도 자진 출국하게 되어 있다. 집중단속은 오히려 귀환을 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치에 불과하다.


4) 연수취업제에 대한 비판

정부는 지난 2월 9일 노사정 합의를 통하여 외국인노동자정책은 98년 내에 마련하되 충분한 의견수렴 후 결정하겠다고 전체국민이 보는 앞에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2일 '외국인 산업인력정책심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3월 18일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변형된 이름의 '연수취업제'를 실시하도록 결정하였다. 행정의 투명성과 노사정합의안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국민정부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의견수렴도 충분하지 못하였고, 정책결정과정도 밀실에서 소수에 의한 결정이었다.


5) 대체고용에 대한 비판

정부의 98년 외국인력정책 방향에 의하면 외국인노동자를 강제출국조치 시키고 내국인 실업자를 단순기능분야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기청은 작업환경이 나빠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3D업종에 실업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IBRD로부터 3천억원을 확보하여 제조업체가 외국인노동자 대신 내국인 실업자로 대체할 경우 대체취업당 1인당 5백만원의 운전자금과 대체취업자가 5명 이상일 경우 별도의 시설자금을 인원수에 따라 1억원이상 장기저리로 융자를 해준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고용창출을 위한 대책이 아닌 대체고용으로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모든 노동자에게 돌리고 '저임금, 장시간노동, 위해사업장'의 고통을 감수해온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며 국경을 초월하여 한국경제에 기여한 똑같은 노동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를 이간시켜 한국노동자들이 이루어 놓은 생존권 투쟁의 성과마저 퇴보시키려는 것이다. 내국인이 3D업종을 기피하는 것은 아직 덜 배고파서 그렇다는 무책임한 관계당국자의 발언은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