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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민주주의와 인권


김영삼 정부가 민주정부인가? 아니다. 첫째, 군부독재와 야합하여 정권을 사취했다. 둘째, 개혁을 앞세워 장막을 치고 온갖 비리와 부정을 저질렀다. 셋째, 각 분야에서 민주화 요구가 여전하다. 넷째, 전경과 최루탄, 불심검문은 독재정권시절을 연상시킨다. 다섯째,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구속된 양심수가 96년 말까지 무려 2천8백56명이다. 여섯째, 이 시대 최대 악법인 국가보안법, 노동관계법이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 민중들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김영삼 정권의 권력담당자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묻어 나오는 인권무시 발언에서 이 정권이 민주정권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민주정부가 아닌 6가지 이유

전교조는 철저히 썩어 가는 교육계에 빛과 소금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제도교육이 총체적으로 썩었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사학이 곪아 터져 시끄러운데 교육부는 수수방관이다. 교육세는 어디에 쓰이는지 교육기관은 재정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전교조 10년에 그래도 많이 좋아진 학교 분위기를 아직도 모르는지 오늘도 전교조 임원들을 징계할 궁리만 하는 교육부! 너마저 한보사태에 허둥대는가?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전교조를 인정하라! 거짓교육으로 파괴되는 젊은 마음에 독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참교육을 생각하라! 청소년인권은 미래의 한국이다.

어린이날이다. 공휴일이다. 하루 쉰다. 백화점 잔칫날이다. 놀이공원 떼돈 버는 날이다. 부모노릇이 부끄러운 날이다. 겉치레에 속으로 우는 어린이가 차고 넘친다. 모두 왜 사는지 모르겠다.


전교조 인정해야

인권은 힘없는 쪽이 힘있는 쪽한테 대드는 것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만큼 "마음대로"이고 싶다. 신체도 정신도 한 걸음 나아가 보니 배가 고프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른바 자유권에서 생존권으로 관심영역이 넓혀졌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그늘진 곳이 너무 많다. 장애인은 특수학교를 비롯한 격리장소가 싫다. 보통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그런데 시설에 가둬 놓고 특별취급을 한다. 거기에 인권이 있을리 없다. 아동들은 어른들의 놀이개가 아니다. 그런데 어른들 화풀이 대상이다. 독재자가 어린이를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대접 못 받는 대상이 어찌 장애인이나 아동들 뿐이겠는가? 대명천지 민주세상이라는 미국도 인종차별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남녀평등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소수민족의 피맺힌 한은 할 말을 잊는다.

민주주의는 민중이 주인이라는 입장인데 민중이 주인인 나라가 이 세상에 그 어디에 있을까? 그렇다면 인권개념은 필요 없다. 그런데 아니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도 한결같이 인권문제를 안고 있으니 그 어느 나라가 제대로 민주주의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와 전쟁은 아무래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사 이래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그리고 민주주의도 고대 그리스 아테네 도시국가에서 족보를 챙긴다. 지금도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전쟁과 인권은 조합이 가능할까? 역설의 조합이다.

전쟁 속에서 인권을 생각하는 것조차 배부른 소리다. 어떤 체제, 어떤 이념이든 전쟁과 연결고리를 갖는 한 그 속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먼저 할 일은 전쟁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이나 세계인권규약이 살려면 국제사회에서 전쟁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보라! 이슬람교도들이 한 손에는 코란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세계정복에 나섰다고 비난하는 반이슬람교도들도 아직까지 한 손에는 인권을,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전쟁중이다. 우리의 상황을 보자. 한 민족이라면서 허깨비 같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동포를 원수로 짓밟았다. 동포가 굶어 죽는데도 집권자들의 정치논리 때문에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결국 남이나 북이나 잘못된 집권자들 때문에 동포들만 죽어간다. 언제까지일까?


동포의 굶주림 앞에 정치논리만…

아마도 통일이 될 때까지 겠지. 그러나 통일이 어디 그리 쉽게 될까? 그러나 체념해서는 안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이다. 통일은 평화로운 방법이어야 한다. 그러니 더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성회복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차마 총을 겨눌 수가 있겠는가? 남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전쟁의 역사를 보면 성악설이 맞고, 희생의 역사를 들으면 성선설이 옳다.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일까.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도 기준 나름이겠지. 그러나 다수결의 허점을 직시해야 한다. 절대적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상대적 정의라도 정립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전쟁, 평화, 이데올로기와 인권의 관계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물론 개념에 짓눌려 허덕일 필요는 없다. 한 걸음이 중요하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먼저 이 사회에 확산되어야 한다.

김동한 (법과 인권연구소 소장, 광주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