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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료>대법원 결정문 “피의자 접견권은 필수적 권리”

지난 3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준서 대법관)는 “피의자 접견권은 인권보장을 위한 필수적 권리”라며, “법령의 제한 없이는 수사기관의 처분으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상부의 지시다”라는 이유 등으로 변호인 접견을 제한해 왔으나 이번 판결로 그 불법부당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건은 지난 2월28일 정기간행물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된 이병기씨에게 경찰이 변호인접견을 불허해 비롯됐다. 변호인들이 서울지법에 준항고를 제출하자 서울지법은 접견처분취소판결을 내렸고, 동대문경찰서는 이에 재항고를 했다가 3일 대법원으로부터 기각판결을 받았다<편집자주>.


[대법원 제2부 결정]

사건 96모18 사법경찰관 처분취소결정에 대한 재항고
재항고인 동대문경찰서
원심결정 서울지방법원 1996.3.11자, 96보2 결정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중략) 재항고이유 제2점을 본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신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사소송에 있어서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같은 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0조 제1항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불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인정이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에게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연행된 피내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까지 접견교통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달리 해석할 법령상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결정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6. 3

대법관:이용훈(재판장)/박만호/박준서(주심)/김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