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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반대 빗발

법무부, 인권보장보다 수사편의 앞서

법무부가 발표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퇴색하고 수사 편의적 발상에 치우쳐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24일 성명을 내, "검찰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이 시점에서 법무부는 오히려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 침해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고자 기도하고 있다"며 "법무부의 입장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도 법무부가 발표한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변호인 입회 제한,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사법방해죄 신설 등 수사권 강화조항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사법정책담당관실은 "대법원 기조실과 의견 조율을 거쳐 내일쯤 법무부에 의견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권운동사랑방은 11월 초 법무부가 이같은 내용의 대책을 준비중이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논평을 통해, "'대책'은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계속 고집하겠다는 식"이라며 "이는 고문 수사관들의 숨구멍을 틔어주는, 검토조차 필요 없는 방안"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법무부의 개정초안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은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시 참여권의 부분적 보장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사법방해죄 신설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기간의 연장 등.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시 참여권의 부분적 보장 : 개정안은 신문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되, 체포·구속 후 48시간 이내에는 변호인의 입회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변호인이 입회하더라도, 피의자를 대신해 답변을 하거나 신문을 제지 또는 중단시키는 등 변호인이 신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민변은 "수사상 가장 필요하다는 구속 후 48시간은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간대이고 가장 절실하게 변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라며 "따라서 변호인의 신문 시 입회권은 아무런 시간적 제약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 범죄수사에 중요한 참고인에 대해서는 2회 이상 수사기관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고 24시간 이내 석방하는 참고인 강제구인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법방해죄 신설 :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허위진술을 하거나 법원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수사·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참고인과 증인의 출석이나 진술, 자료제출을 방해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사법방해죄를 신설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참고인 강제구인제는 수사의 편의 때문에 국민 모두의 '신체의 자유'를 검찰에 저당잡히란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참고인 강제구인제와 사법방해죄 신설은 피의자에 대한 자백강요가 불가능해지자 일반 국민인 참고인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으로서 명백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관계자도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한 불필요한 인신구금 소지가 있다"며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법방해죄 신설에 대해서도 "참고인이 수사기관의 회유·협박에 따라 진술한 내용을 공판에서 번복할 경우 오히려 허위진술죄로 처벌받게 돼 공판절차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구속수사기간의 연장 : 특정 강력범죄와 마약범죄, 테러범죄, 뇌물사건에 대한 검찰 구속기간을 현행 20일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1개월 단위로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앞서 민변도 "특정사건에 관해 구속수사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를 계속 하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구속기간의 연장에는 반대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