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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권력 행사, 인간존엄성 보장선에서

광기어린 언론, 반인권적 간접살인 부추겨


한총련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작전이 “씨말려 죽이기”로 확정됨에 따라, 그 방법이 모든 비인도적 만행을 망라한 치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여기엔 살상이 난무하는 전쟁터의 기본규칙조차 무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반인권적 반인도주의적 작태는 광란의 매카시즘을 선동하는 언론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재야출신 국회의원들도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광기를 거들고 있어 커다란 실망을 던져주고 있다.


굶어 죽을테면 죽어봐라

8일째 연세대를 봉쇄하고 있는 경찰은 19일에야 약간의 의료품을 들여보냈을뿐 여전히 학생들에 대한 식품반입을 차단했다. 각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굶어 죽을 테면 죽어봐라’는 식의 고사작전이 진행되는 속에 부상 및 탈진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으며, 19일에도 10여명의 여학생들이 구급차에 실려가야 했다. 농성중인 한 학생은 “의료품이 들어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직격최루탄에 맞아 부상한 학생들은 별다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인도적 작태에 대해 최영도(민변 회장) 변호사는 “전쟁시에도 부상자 치료 등의 의료지원은 차단.공격할 수 없다. 정부가 원치 않는 집회 및 시위를 한다고 해서 의료지원마저 차단한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했다.

조용환 변호사도 “공권력은 궁극적으로 인간존엄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경찰의 진압방식은 명백히 한계를 넘어선 비인도적 처사”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약간의 의약품을 반입시키고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자수’하는 학생에게 ‘관용’을 베풀겠다는 등의 선심을 보이면서, 동시에 “시위학생에 대한 총기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총기 발포’ 고려

이는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농성대를 와해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조만간 벌어질 강제 진압의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위대에 총기를 발포하겠다’는 발표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더욱 심각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져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언론 매도 ‘개보다 못한 학생’

각 신문.방송은 이러한 김영삼 정부의 간접살인 행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보수언론의 선봉이라고 자부해온 조선일보는 연일 사설 등을 통해, 현재 연세대에 모여 있는 모든 학생들을 ‘김정일의 행동대원’으로 매도하면서, ‘이들에겐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주어선 안된다’는 끔직한 논리를 당당하게 역설하고 있다. ‘생각이 다른 자에겐 개 취급도 필요없다’는 반인권적 논리가 버젓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최소한 한총련의 주장이 무엇이었는지 단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며 언론의 일방적 매도와 편파보도를 규탄했다.


재야출신 의원, 한총련 비난

언론의 광적 매도와 정부의 인도주의마저 걷어 차버린 마녀사냥 속에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오로지 ‘한총련의 폭력성’으로 사태의 촛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재야출신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한총련 비난’에 한 목소리를 보탬으로써 한때나마 인권을 이야기하던 자신들의 과거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러한 재야출신 의원들의 한총련 비난에 대해 한국노동정책이론연구소의 채만수 부소장은 “과거 그들이 아직 운동을 할 때 이 사회의 극우 세력들이 그들을 비난하던 똑같은 말과 논리로 이제 그들이 한총련을 비난하고 있다”며 “알량한 권력의 한 모퉁이에 안주하기 위해 어떤 것에 대해서는 비난과 비판만, 어떤 것에 대해서는 칭송만을 강요하는 권력의 의지에 굴종하고 잇는 그들은 이미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