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명동 외국인노동자 농성장을 찾아

“한국에 올 노동자들에게 줄 선물은…”


명동성당 앞 마당에 천막을 쳐 놓고 ‘상담소 탄압중지, 구속자 석방, 외국인노동자 보호법제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지 20일로 11일째를 맞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밖엔 비가 추적추적 오지만 즐겁기만 하다.

민예총 산하 노동미술위원회 소속 선생님들과 함께 하루빨리 농성이 성공적으로 끝마치기를 기원하고, 자신들이 농성을 했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집단창작 걸개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천막 안에는 1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연신 붓을 놀리고 있었다.

얼핏 본 그림 속에는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려 피를 흘리는 노동자,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는 모습, 그리고 김해성 목사가 구속되는 장면, 얼굴이 까무잡잡한 여성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등 외국인노동자의 한국 생활이 그려져 있었다.

꺾여진 ‘외국인노동자보호법’ 나무가 살아나기를 기원하며 그림을 그렸다는 고빈더(Govinda·29, 네팔)씨는 “한국에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7년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법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아 외국인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이후 한국에 들어오는 또다른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좋은 법을 선물해 그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4년동안 한번도 좋은 사장님을 만나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 농성을 통해 한국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열흘이 넘는 농성을 함께 하고 있는 진근화(외국인노동자협의회 간사)씨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음식과 이불 등을 제공해 주어 도움이 되고 있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여름옷과 속옷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