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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남북문제 해결은 남남협력에서부터

남아공 민중 중심적인 발전대안 모색 국제회의

남쪽 지역에서 민중 중심적인 발전대안(People-Centered Development Alternatives for the South)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남아공의 포트 하레(Fort Hare) 대학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냉전이 끝난 후 새롭게 대두된 신 국제질서에서 국제관계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국제민중연대운동의 활동과 전략을 평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제네바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남쪽지역 과도위원회(Interim South Group Committee, 이하 ISGC)에 의해 개최되었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지난 근 10년간의 활동을 공동으로 평가하면서 그 동안의 과도체제를(Interim) 보다 효율적이고 항구적인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조직하게 되었다’고 ISGC의 대표인 시부시소 벵구(Sibusiso Bengu)박사는 개막연설에서 개최배경을 설명하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각각 10명, 북미에서 3명, 제네바에서 3명, 남아공에서 약 30명 등 전 세계 약 30개국에서 약 75명이 이번 회의에 참가했는데 한국에서는 한국인권단체협의회(KONUCH 후신)가 초청을 받아 인권운동사랑방의 이성훈씨가 참가하였다.

첫날 개막식에서 남아공의 문교부장관인 시부시소 벵구(Sibusiso M.Bengu) 박사는 “음으로 양으로 ANC의 아파르테이트 반대투쟁을 지원하고 동참해온 전 세계의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단체의 대표를 한자리에서 만나 너무 기쁘다”며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을 대신하여 환영의 인사를 하였다. 그는 또한 그 동안의 남북관계가 시혜적이었음을 비판하면서 이제는 남남(south-south)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이며 역사적인 첫 발걸음이 지난 6주전의 선거에서 ANC가 승리함으로써 이미 디뎌졌다고 말했다(개막연설이 예정되어있던 만델라 대통령은 아프리카 단결기구 회의참석 차 불참).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 본 회의에서 전 ANC 대변인이자 현 국회의원인 사키 마코조마(Saki Macozoma)씨는 최근 유행하는 신국제질서(NXO)가 냉전에서 승리한 북쪽 자본주의 세력이 승리감에 도취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비판하면서 제3세계의 입장에서는 신(NEW)국제질서가 아니라 강요된(Reinforced) 국제질서라고 하면서 남아공의 관점에서 본 신국제질서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였다.

이어 브라질 출신의 경제학자이며 세계은행에 대한 민간단체(NGO) 실무위원회의 간사인 마르코스 아루다(Marcos Arruda)씨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93년 보고서를 토대로 최근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모델을 근거로 한 국제화경향과 함께 나타난 특징을 ‘상호의존성의 증가와 불평등의 심화’, ‘초국적기업의 확산’, ‘실업률 증가’,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요약 설명하면서 고목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남아공, 브라질,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발전 모델이 계속 실험ㆍ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5명이 각각 각 대륙을 대표하여 약 15분간 최근 국제화 경향과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경제 사회적 경향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이어 오후에는 5명이 각 부문별 즉 농민, 노동, 여성, 어민, 청년학생층에 국제화가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각 부문운동의 대응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토대로 다음날(14일)에는 ‘국제정치경제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국제화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간략한 강연을 오전에 듣고 나서 오후에는 ‘일좀과 제3세계’, ‘구조조정과 가난제거’, ‘팔레스타인의 청년상황’, ‘국제연대 건설’의 4가지 주제를 가지고 분과 모임을 가졌다. 이후 전체회의에서 짐바브웨 출신의 경제학 교수였다가 지금은 노조자문위원으로 일하는 야쉬 탄돈(Yash Tandon)씨는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을 간명하게 설명하고 나서 ‘멕스코 치아파스 농민봉기에서 보듯이 나프다(NAFTA)처럼 거대해 보이는 국제경제체제도 의외로 약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강요하는 국제화의 흐름에 대한 지역적(locally), 국가적(National), 국제적(International) 차원의 투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회의 마지막 날 그 동안의 발표와 토론의 내용을 담은 최종선언문이 제출되었는데 참가자 일부가 ‘선언문에서 국제화 현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너무 부정적이고 일면적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전체이름으로 채택되지 못하였고 결국 추후에 참가자들의 평가서를 토대로 다시 작성하기로 결정하였다.

ISGC의 사업과 일반 국제연대활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기구중심의 민간단체(NGO)와의 연대를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동안 국제연대활동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왔고 발전문제와 보다 직접적 관련을 가지고 있는 노동, 농민 등의 민중조직(people's organization)이 적극적으로 남남연대운동에 적극 참가하도록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각 대륙별로 나누어서 향후 연대의 틀을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한 결과 사무국을 포트하레 대학에 두고 각 대륙별로 각각 1명의 연락조정자 뽑아 구체적인 미래의 사업을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전국농민운동연합(KMP)을 대표한 프란치스코 파스쿠알(Francisco Pascual JR)씨가 선출되었다. 한편 내년에는 이번 회의와 앞으로 1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비슷한 규모의 국제회의를 열어 보다 많은 기층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번의 이런 흐름에 대해 이성훈 씨는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세 일부 민간단체가 민중의 이익보다는 재정지원을 하는 서방 정부와 민간단체의 요구에 맞추어 일을 함으로써 민중의 신뢰를 잃고 타락 또는 체제 순응화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NGO와 PO의 균형 있는 참여가 갈수록 절실히 요구되는 추세’라고 말하였다. 그는 덧붙여 ‘갈수록 발전(Development) 모델을 둘러싼 남북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권, 환경, 여성운동에 비해 국제연대운동을 ’소홀히 한 노동, 농민 등 우리 나라의 기층민중운동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연대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