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국제민중연대의 준비를 위하여


세계에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성과 사회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지역단위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큰 이익을 확보하려는 지역주의(Regionnalism)가 존재하며, 이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배타적이거나 개방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 자유무역지대(AFTA),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호주-뉴질랜드 경제협력(ANZCERTA),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 아시아-유럽회의(ASEM)와 같은 경제공동체 및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같은 형태의 지역구조들이 바로 그러한 목적에 따른 것이며, 이는 NGO(민간단체)의 참여가 배제된 정부간의 관계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에 정부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민간, 민중의 목소리가 담지되어야 하며, 이러한 구조들이 소수 강대국들이나 지배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차별적 배제나 개방을 통한 지배구조가 아니라, 민간과 민중에 의한 감시와 비판,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아시아 민중들의 국제연대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몫인 것이다.


민중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단체의 지역주의에 맞서 민간단체들 역시 민중들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고, 민중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회의 체계를 갖고 있으며, 거기엔 한국의 민중단체들의 참여도 있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에이펙민중회의(APEC PEOPLES FOURM)와 아셈민중회의(ASIA-EUROPE PEOPLES FOURM)다. 에이펙의 경우 주로 경제문제에 주력하는데 비해, 아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에 걸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11월 경에 열리는 에이펙 민중회의는 98년 11월경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며, 2년 후인 2000년에는 한국에서 아셈민중회의가 열리게 된다.

한편, 지난 97년 11월 캐나다 벤쿠버에서는 노동, 여성, 외국인노동자, 소수민족 등의 분야를 주제로 하여 5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에이펙 민중회의가 열렸으며, 민중회의의 결과를 정부단체의 의결구조에 반영토록 했다. 또한 98년 아셈민중회의가 지난 3월23, 24일에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는 10개국의 대표 40여명이 참여하였으며, 주의제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과 결과, 정치·사회적 직면사항에 대한 검토, 아시아국가를 위한 연대와 경제위기에 따른 민중사회의 응답 등의 문제였고, 노동, 여성, 아동, 빈민 등의 소외 계층의 문제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졌다.

신자유주의시대로 표현되는 세계화에 따른 자본의 지배전략은 경제를 앞세우고, 인간과 자연을 종속시키는 소외와 차별, 억압의 사회구조를 배양해 내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의 세포분열적 배양을 막아내기 위해 민중 진영에서는 오히려 공존, 평등, 생명의 문제가 우선시되는 세상 만들기에 연대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자기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한국은 유엔 가입 이전에는 주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활동이 주를 이루었다가 UN가입 이후 민중의 국제연대의 문이 점차 열리면서 참여의 기회도 높아져 가고 있다.

이제 한국의 상황은 국제민중회의의 참여를 넘어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각 민중운동진영은 상호 연대하여 민중국제회의를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내부적으로 키워가야 한다. 더불어 이를 국내에서 먼저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도 국제연대의 수준을 점검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운동의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비판을 넘어

우리의 민중운동 진영은 운동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활동가들의 교육훈련이 보다 체계화 되어야 한다. 또한, 세계화를 외치며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다국적 기업 및 단기성 투기자본 등의 문제에 대하여 일국의 문제를 넘어 세계 민중진영의 차원에서 민중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유엔 및 국제적 차원의 규제의 제도화와 기존의 유엔 및 국제 규약에 대한 준수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킬 수 있는 국제 수준의 운동으로의 도약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자본에 대한 국제민중 단체의 역할이 비판의 소리로서만 아니라 정책결정에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IMF 등의 국제금융과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투자협정(MAI) 등의 무역기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있어야 하며, 소수를 위한 다수의 지배의 저지 및 불평등 국제협정 재개정 운동 등을 통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의 대안과 국제적 지표의 설정 등을 통한 '공동체적 살림의 경제철학'이 우리 사회에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직시하고 국내의 민중단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과 국경을 넘어 국제연대 활동에로 과감한 진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1C의 운동을 준비하고 전개해 나가려는 우리는 이제 아셈민중회의와 에이펙 민중회의에 한국에서의 개최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천응(목사,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