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국제앰네스티 NEWS SERVICE / 1993. 10. 7.

한국 : 수십 명에 달하는 장기 정치범의 고문과 불공정 재판


국제앰네스티는, 국가보안법으로 7년에서 무기에 이르는 형기를 선고받고 복역중인 장기 정치적 수인 수십 명의 사례를 긴급히 재심해 줄 것을 한국 정부당국에 촉구한다.

1970년대 중반에서 1992년까지 발생한 특정 인권침해를 다루는 본 최신 보고서에서 국제앰네스티는 이들 장기수인들이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정치적 혐의로 이미 오랜 세월동안 복역해온 사실에 우려를 표명한다. 장기수인들이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격리 구금 및 고문을 당했으며, 국제 인권규준에 미달되는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일관된 보고들이 존재한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간첩행위’를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하며, 법원은 이미 공개된 것일지라도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정보라면 국가기밀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북한 주민을 무단 접촉하는 것 역시 간첩행위로 해석되곤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국가보안법이 정부의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자주 사용되어 왔다고 본다. 또한 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국가보안법상의 제재조치가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양심수의 투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국제앰네스티의 본 보고서는 1975년에서 1993년 사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체포된 16명의 수인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중에는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도 있다. 이들 정치범들이 체포 후 60일에 달하는 격리구금을 당하였고 심한 고문을 받았으며 그들 자신 또한 타인들에 대한 강압적인 자백에 주로 근거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일관된 보고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소위 공산주의 사상을 버렸다는 ‘전향서’에 서명할 것을 거부했다고 해서 조기 가석방되지 못한 수인들도 있다.

정치학도인 김성만과 황대권은 1985년 체포되어 북한에 국가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기소되었다. 두 사람 모두 고문당한 사실을 주장하며, 간첩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는 실정이다. 그들은 현재 무기형을 받고 복역중이며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장기수로 지정되었다. 1993년 4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유엔 실무위원회 역시 이 사건을 의안으로 채택하여서 그들의 구금은 한국정부가 이미 비준한 국제인권법 규준에 위배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사업가인 함주명은 1983년 체포되어 60여 일 이상 격리구금을 당하였다. 그 역시 고문을 당했으며 허위진술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기형을 선고받았었다. 또 다른 수인인 유정식 역시 1975년 무기형을 선고받고 18년간 복역중이다. 그 또한 고문을 당했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사례들을 재검토하도록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

1993년, 13명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7년에서 무기에 이르는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사 도중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변호인 접견이 거부되었다. 여기에는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양심수로 지정된, 논객이며 정치활동가인 김낙중 씨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수사 기간중 격리 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당하였다. 그 후 그는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주도했다는 혐의만으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1993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더욱 더 신장시키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장기 정치범의 사례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자국 내에 인권문제가 없다는 점을 전세계에 입증시키려고 노력해 왔었다. 1993년 6월 외무부장관은 비엔나에서 개최된 세계인권대회 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하였다.

“세계인권총회 참석에 즈음하여 저는 한국에서 인권이 마침내 본 궤도에 올랐다는 점을 기쁘게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진실,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가 드디어 승리한 한 나라와 그 국민을 대표해서 여러분 앞에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말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아직도 300명이 넘는 정치적 수인이 있으며,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어 7년에서 무기에 이르는 형기로 수감중인 80명 가량의 장기수인들이 있다. 관계당국은 정치적 수인의 불공정한 유죄판결이 내려졌을 수도 있는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를 시종일관 조사하지 않고 있다. 구금자들은 거듭 격리구금과 고문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는 국가안보 법규를 적용받아 장기형이 선고될 위험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