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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임금을 ‘함께’ 올리기 위해 움직이는 공단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려보다

- 전국 공단워크숍 토론회를 다녀와서!

올 봄에 사랑방에서 ‘임금에 대한 인권담론’을 만들어보겠다며 시작한 임금팀이 일종의 중간 결산 격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전국에서 공단 노동자 조직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분기마다 모이는 자리에서 그 동안 논의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게 된 거죠. 노동조합은커녕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통성명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개별화된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함께’ 올리는 게 가능할지,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이야기해보는 작은 토론회 자리였습니다.

그 동안 임금팀의 문제의식을 정리해간 사랑방의 발제문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임금이라는 현실이 집단적 임금인상이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된 노동자들이 저임금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로 만들어낸다.

•생계조차 꾸리기 어려운 저임금 현실을 비판하는 생계비 임금론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요구다.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생계비 임금론은 답답한 현실을 남들이 확인해주는 것일 뿐, 행동을 촉발하지 못한다.

•공단 노동자들이 처한 저임금은 공단 자본이 만들어낸 잘못된, 부당한 상황이라는 임금담론을 고민해보자.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생계비론을 넘어서, 우리(노동자)를 고용해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자본-임노동관계 부당함, 불공정을 문제제기하는 싸움을 임금을 통해서 시작해보자.

분명한 근거보다는 가설을 가지고 기존 노동운동-사회운동이 주장해온 ‘인간답게 살 생계비’라는 임금론을 비판적으로 평가해본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저임금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고 그들도 당연히 이런 요구를 주장할 거라고 편하게 생각해온 건 아닐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거죠. 돌이켜보면 이미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사회적인 메시지로 최저임금 현실화-생활임금 쟁취를 주장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서로를 조직하고 싸움에 나섰던 노동자들에게는 이미 알고 취업했던 저임금도 문제였겠지만, 우리 때문에 사장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이런 대우를 하는 건 부당하다는 감각이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돈 좀 더 받으려고 이렇게 싸우는 게 아니다, 너무 억울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나서게 되었다는 말들을 임금과 관련시켜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노동자들의 그런 상황은 그들을 고용하는 자본가들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그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임금인상이든 노동자 조직화든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닐까요? 인간답게 살기조차 힘들다는 저임금의 비참함보다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자본가들의 행태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감각과 분노를 공단 노동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 토론에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시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자본-임노동 관계에 있고 임금문제 역시 이곳으로 화살을 돌려야 한다는 것, 미조직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생계비 임금론에 대해 왜 무감각한지 분명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사랑방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던 공정임금이나 부당한 임금이라는 것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 동안 임금팀 논의를 여차저차해서 정리를 해 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론 자리에서는 ‘임금요구안에 근거한 집단조직화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발표도 있었습니다. 그 발표를 듣고 보니, 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 임금담론만으로 고민했던 것의 한계나 어려움이 좀 더 분명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임금에 대한 담론이 부적절해서일까요? 임금은 사장이 주는 데 노동자들이 뭉친다고 사장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설득력 있는 말이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담론이나 말 이전에 이게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조직화와 분위기가 무르익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임금팀에서 고민했던 생각들도 그런 사전조직화와 분위기 만드는데 일조하는 거라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