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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안산 반월시화공단 조직화 사업단 ‘월담’ 곧 출발합니다

사람을 조직한다는 것
정록

7월 중순에 안산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습니다. 안산 반월시화공단 조직화 사업단 '월담'을 꾸리려는 사람들과 수 년 전부터 공단에서 일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권리를 조직하려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당장 하반기부터 '월담'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필요한 일들은 무엇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습니다. 막연하게나마 공단노동조합이라는 형태의 공단 전체 노동자들의 조직을 생각하면서 기업별 형태를 넘어서서 공단 전체를 시야에 넣고 활동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모임을 꾸리려는 활동가가 이런 구상이 너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실현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산업 연쇄 고리의 말단에 놓인 영세사업장, 최저임금으로 고정된 공단에서 일감이 많은 곳을 찾아 직장을 계속 옮기는 노동자들이라는 조건이 기업을 넘어서는 공단 노동자 조직을 생각하게끔 했지만, 말이 공단 노조이지 십 수명의 사람들이 25만 명이 넘는 공단 노동자 조직을 구상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분명 버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직장을 자주 옮긴다고 하지만, 언제나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관리자, 사장과 대면하고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공단 노동자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게 어떤 모습일 수 있을 지 당장은 막막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비슷한 때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왜 노동운동의 미래인가?'라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토론자로 함께한 사무연대노조 활동가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군요. 사무연대노조는 중소규모의 사무직 노동자들의 일반노조입니다. 즉 기업별 노조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날 토론회에서는 처음부터 기업별 노조가 아닌 일반노조로 시작한 사무연대노조운동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업별 투쟁이나 조직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토로하는 씁쓸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새롭게 투쟁을 시작하는 사업장이 생기면 그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시간이 지나고 안정화되면 그 사업장은 활동을 거의 안하게 되면서 사무연대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고, 사무직 노동자 일반의 투쟁으로 확산시키려는 기획이나 투쟁은 점점 어려워지는 그런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뭔가 현실에 한 발 담그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쉽사리 '현실'과 '원칙'의 대립이라든가, '실리'와 '대의'의 대립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대립구도는 왠지 허구적인 것 같아요.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원칙이라는 게 무슨 원칙일까요? 실리가 없는 대의는 과연 대의일 수 있을까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도 자기들이 죽어라 일감찾아 초과노동하는 것보다, 어차피 고만고만한 회사에 비슷한 업종들이니 노동자들이 사장들 모아놓고 단체협상하는 게 좋다는 거 다 알 것 같아요. 노동자 사이의 적대와 분할을 넘어서는 것과 현실을 개선하고 변화시켜 실리를 챙기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항상 '어떻게' 입니다. 사장들은 쉽게 모이지만, 노동자들은 어렵잖아요. 그래서 '나' 혼자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움직이게 되는 거구요. 바로 그 '어떻게'를 찾아 앞으로 기나긴 삽질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