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공권력감시대응팀(이하 ‘공감대’)에 제안이 들어왔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하청업체인 이수기업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문화제를 하던 도중 현대차 보안팀에 의해 문화제 참여자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폭력 상황에 관한 진상조사팀을 함께 꾸리자는 제안이었다. 조사단은 변호사와 인권활동가 중심으로 네 가지 팀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우선 (1) 폭력사태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2) ‘안보팀’을 구성하여 노동자를 압박하는 현대차 그룹의 노무관리 문제, (3) 문화제를 하게 된 배경인 현대차의 고용구조 문제, (4)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과 그로 인해 집회의 권리가 파괴된 문제를 큰 줄기로 조사했다.
이수기업은 수출용 차량을 이송하는 업무(탁송업무)를 하는 현대차 그룹의 하청업체다. 정규직 노동조합과 현대자동차 간 체결한 ‘확약서’에 의해 그간 사내하청업체 폐업 시 소속 노동자들의 근속이 인정되고 고용은 승계되어왔다. 그러나 본사에서 이 관행을 갑작스레 깨며 작년 10월 1일,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되었다. 해고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쉽게 해고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바로 그 집회에서 구사대(회사를 구하기 위해 모인 집단, 주로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무리)에 의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진상조사단이 조사한 폭력 사태는 3월 13일부터 14일(1차), 4월 18일부터 19일(2차), 크게 두 차례 발생했다. 그중 2차 폭력 사태에는 수십 명의 보안팀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해고자들이 설치하려는 천막과 물품을 부수고 폭행을 가했다. 급작스럽고 극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된 기록물이 많이 남진 않았다. 동지들이 SNS에 남긴 영상과 사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으로 사건의 윤곽이 점점 구체화되었다.
구사대의 문제는 단지 구사대를 구성하는 이들의 문제가 아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대차 본사가 구사대를 노무관리 전략으로 적극 활용해왔다는 점이다. 사측은 집회에 맞춰 구사대를 선제적으로 배치하고, 해고자와 노조, 그리고 연대자를 위축시키고자 물리력을 행사하도록 했다. 기업이 사적 폭력을 체계적으로 동원한 문제라는 점에서, 조사단은 현대차 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구사대에 의해 넘어진 집회 참가자의 옆으로 지나가며 구경할 뿐인 경찰
조사를 거듭할수록 구사대의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그 중 공감대는 경찰 대응의 문제에 집중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있었으나 이 폭력을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 집회 참여자들이 엉키며 서로를 밀치거나 붙잡고 넘어지는 일이 발생해도, 경찰이 제일 먼저 한 건 사람들을 말리는 게 아니라 채증 카메라를 드는 일이었다. 새벽에 발생했던 구사대의 폭력 상황에는 아예 우왕좌왕 하거나, 멀리서 지켜보다가 빙 둘러서 장소를 빠져나가는 모습만이 영상에 찍혔다. 그리고 경찰은 이 폭력을 “양쪽”의 문제로 봤다. 집회 참여자와 구사대 모두 채증과 경고의 대상이었고, 경찰은 이 둘의 싸움을 ‘중재’하는 자리에 머물렀다. 이러한 태도는 구사대 역할을 하는 보안팀이 매번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며 천막 등 참여자들의 물건을 갈취하며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는 데 일조했다.
경찰의 방조는 집회의 권리 침해와도 긴밀히 이어져 있었다. 현장에는 구사대의 폭력으로 머리가 찢기거나 갈비뼈가 골절되어 병원으로 실려 간 동지도 있었고, 구사대가 여성·성소수자 동지들의 머리채를 잡고 크게 흔들었다는 정황도 발견되었다. 그 동지들 중에는 이 싸움에 연대온 이들이 많았다. 구사대의 폭력이 반복되고 경찰에 의해 방치되는 문제는 결국 이 연대의 권리, 집회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공권력이 기업 자본의 폭력을 방조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공범의 역할을 했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6월 초에 시작된 보고서 작업은 한 달 뒤 마무리됐다. 7월 23일 국회에서 보고회를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공유했고, 공감대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폭력 공조 문제를 발표했다. 이후 각 팀은 기자회견과 고소·고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8월 6일에는 현대차 본사와 경찰청 앞에서, 8월 21일에는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 본사와 경찰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 밖에도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이수기업 해고자들이 집회를 하게 된 맥락, 즉 부당해고를 시정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고, 현대차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요구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조가 잘 움직일 수 있어야 함도 짚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진상조사 활동은 과거 자료에서나 보았던 ‘구사대’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있다는 충격과 함께 시작되었다. 누구나 아는 현대차라는 대기업에서 사내하청을 3차까지 굴리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내던져온 문제, 나아가 노동권 침해를 손쉽게 하기 위해 보안팀, 곧 또 다른 노동자를 구사대로 활용하는 게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수기업 해고자들이 겪은 폭력과 집회 방해는 불합리한 고용구조, ‘구사대’라는 노무관리 시스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 등이 함께 맞물리며 완성된 것이었다.
현대차 임원을 고소·고발한 효과인지 언론에도 꽤나 실리며 반응이 있었지만, 싸움은 9월인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함께 국감 대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준비할 예정이다. 해고자들이 원래 요구였던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상조사단은 함께 싸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부디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 위에서 해고자들이 당당하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길 바라며, 남은 싸움을 함께 이어가야겠다.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 현대차의 구사대폭력은 조직적 범죄행위다』는 사랑방 자료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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