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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물대포 사용은 막아야 할 때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참관기

201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디트리히 바그너씨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시력을 대부분 잃었다. 그에게 물대포는 더 이상 옷이 젖고 시위대와 경찰의 간격을 넓히는 이격장비가 아니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그는 뇌손상이 심해 심폐소생술도 시도하지 못하고 235일째 의식 없는 상태이다.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씨도, 이미 시력을 잃어버린 바그너 씨도 물대포로부터 받은 피해는 돌이키지 못할 만큼 심각하다. 이 두 사례는 충분히 물대포가 위험한 ‘무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과 독일에서는 물대포 사용이 금지되지 않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독일 법원은 경찰의 작전이 불법이었다는 판결을 냈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는 사실 정도다.

2016년 6월 28일 공권력감시대응팀, 참여연대 등은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아래 국제 심포지엄)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물대포에 사람이 쓰러지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해외의 사례를 검토하고 물대포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독일의 피해 사례를 슈트트가르트 지방의 전직 판사 디이터 라이헤르테 씨가 발표하고,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 활동가 샘 호크 씨가 잉글랜드와 웨일즈지역에 물대포 도입을 막아냈던 경험을 발표하였다. 또한 백남기 씨의 가족 백민주화 씨도 참석해 백남기 씨의 상태와 이후 국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증언하였다. 국제 심포지엄에는 법학자, 변호사, 의사, 인권활동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하여 평화적 집회의 권리와 경찰의 집회 대응에 대해서 토론하며 인권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독일, 한국과 같으면서도 다른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디이터 라이헤르테 씨 역시 독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2010년 9월 30일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증언했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당시 독일 여당인 기독교 민주연합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혀 강제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지역의 주민들이 막아섰다. 물대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의 집회는 평화로웠지만, 9월 30일 물대포의 등장과 함께 평화는 깨졌다. 경찰은 합법적인 절차 없이 살수를 시작하고, 부상자를 관리하지 않았으며, 집회에 참석한 모두를 향해 물줄기를 뿌려댔다. 약 40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그 중에 바그너 씨도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는 집회 참석자이 불법적인 집회를 했으며 실재하지 않은 폭력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형사법원은 역시 경찰 대응이 합법적이었다는 잘못된 사법적 견해만을 토대로 피고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고 행정법원은 소송 절차를 유예시켰다.

그럼에도 독일의 사법부는 물대포 사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5년 만에 재개된 소송에서 행정법원은 물대포 사용 전에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검은 목요일’ 상황에는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의 시위대가 집회의 권리에 의해 보장 받아야 할 집회를 했으며, 일부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폭력은 시위에 참가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 폭력이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 집회로 변질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법원은 집회의 권리 중에는 논쟁이나 논의를 넘어 연좌농성과 같은 형태를 비롯해 비언어적 형태의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행동까지 아우른다고 판단했다.

영국의 물대포 도입 시도와 집회의 자유

이어서 영국의 경우는 한국과 독일의 피해사례를 통해서 물대포 도입을 막는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었다. 현재 영국은 아일랜드 분쟁지역을 제외하고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는 물대포가 없다. 하지만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의 활동가 샘 호크 씨는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은 갈수록 강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2009년 G20 기간 동안 영국에서도 시위가 벌어졌고 영국경찰은 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집회에 참여자도 아니었던 신문 판매상이었던 이안 톰린슨을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찰력의 강화는 계속 이어져 2010년에는 폭동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시위대를 고착시키며 경찰의 무장력 강화를 단호하게 밀어 붙였다. 2011년 경찰이 쏜 총에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영국의 경찰과 시민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진압의 강도가 올라가던 와중에 결국 당시의 영국경찰은 본격적인 진압도구로서 물대포를 도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샘 호크씨는 리버티를 비롯한 물대포를 막아내기 위한 시민, 사회단체들이 모여 연대체를 구성하고 반대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물대포 반대’라는 연대체가 조직되면서 의회에 브리핑을 하고, 서명전을 벌이고, 35,000건의 탄원서를 받았다. 또한 독일에서 이미 피해를 입었던 바그너 씨를 초청해 물대포의 피해에 대해서 증언할 자리를 마련하고 경찰 내부의 물대포 반대 목소리도 함께 알려냈다. 결국 영국 내무부 장관이 경찰의 물대포 도입 요청을 거부하며 물대포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어 샘 호크 씨는 영국 시민과 경찰과의 관계가 합의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 증진의 원칙이 있으며 물대포는 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대포가 위력으로나 위험성으로나 문제적인 것은 물론, 무분별하게 살수하는 속성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평화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위자든 폭력을 사용하는 사위자든 물대포는 가리지 않고 위력을 발휘해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집회 자체를 혼란으로 만드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억압한다”고 주장하며 공권력의 역할은 “시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집회에 폭동의 의도를 가진 집단이 있더라도 “불법 폭력 사태의 발발을 예방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평화적 집회의 의미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각국의 사례와 대응 방식들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국제 인권의 기준에 따라 한국에서 보장되어야 할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살펴봤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한국사회의 경찰의 집회통제가 재량권 남용을 넘어서 적나라한 국가폭력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적 집회의 평화성은 어떠한 충돌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며 제3자에 대한 방해 효과 역시 원칙적으로 평화적 집회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억압하는 경찰의 통제 방식을 비판하며 물대포는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밖에 없는 도구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 변정필 활동가 역시 “경찰의 집회 금지선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적 금지선”이라고 비판하며,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선제적 공격대상이 아니며 집회참가자들과 경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력 운용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착각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가는 길목마다 차벽으로 막아선 경찰은 하루만에 202t이라는 유례없이 많은 양의 물을 쏟아냈다. 이것은 백남기 씨가 쓰러진 사건의 징후였다. 230여일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사건의 징후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회의원 박주민 씨가 경찰 측에 살수 대상과 거리를 재는 방법을 질의했을 때, 경찰 측 답변은 물대포의 수압을 측정하는 것은 주변 가로수나 가로등을 보고 눈대중으로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직도 무엇이 더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경찰은 여전히 물대포의 모니터 해상도를 높이고 수압 안전 장치를 설치하고 최루액 농도를 더욱 정교하게 조절하는 버튼을 추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물대포 사용 자체가 불러오는 문제점을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오로지 경찰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실을 경찰이 이제라도 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독일의 바그너 씨의 말을 빌려 마무리를 갈음하고자 한다.

“물대포가 무해하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덧붙임

디요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