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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돋움회원’과 함께,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최근 사랑방 조직 형태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 ‘임의단체’에서 새롭게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돋움회원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자원활동가는 있지만 활동회원은 없었던 단체, 후원회원이 아니라 후원인이라는 명칭을 써오던 사랑방으로서는 나름대로 큰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는 선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아직 작은 변화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시작된 변화이며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나눠보려 합니다.

사랑방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권재단사람의 재정발전소를 통해서 CMS(정기후원) 시스템을 운영해왔습니다. 소규모 인권단체들의 안정적인 재정 마련과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원하는 재정발전소 사업 덕분에 지금까지 CMS 시스템을 운영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발전소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소규모 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며, 2021년 초 인권재단사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에 독립을 권고하는 내용으로 재정발전소 운영 약관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랑방 역시 재정발전소 독립 권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사랑방의 법적 지위는 고유번호를 가지는 ‘임의단체’로서, 단체 명의의 통장을 개설할 수는 있지만 법인격을 가지지 않는 형태였어요. 이는 활동가 조직인 사랑방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지향에 따른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비영리 사단법인’,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이 어떤 식으로든 법인의 자격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각각의 조직 형태를 위한 절차를 조사하고,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임의단체로 남는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각각의 조직 형태마다 절차나 내용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임의단체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관할 국가기구에 단체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는 점, 또한 지금까지 사랑방에 존재하지 않았던 ‘회원’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사랑방의 자체적인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재정발전소 독립과 기부금영수증 발급이라는 조건 하에서 요구되는 것이었기에 논의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독립적인 활동가 조직으로서, 특히 상임활동가가 중심이 되는 활동 양식을 지닌 사랑방에서 ‘회원이 있는 등록 단체’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안정적인 재정을 운용하기 위해서 기부금영수증을 발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총회 참석과 의결 권한을 가지는 ‘돋움회원’을 모집해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부담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그 안에서 새로 도입되는 회원 제도에 대한 기대를 담아 사랑방의 안팎에서 운동의 동료로 만나온 분들께 먼저 돋움회원이 되어 주십사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주신 분들의 마음이 모여서 지난 4월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돋움회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은 완료되었지만, 아직 기부금영수증 발행을 위한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상하반기마다 한 차례씩 기부금영수증 발행 단체를 모집하곤 하는데요.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중에 기부금영수증 발행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역시나 처음 접하는 행정 절차에 따르는 어려움이 걱정되지만, 인권재단사람과 주변 단체들의 조언을 구해가며 헤쳐 나가보려 합니다.

앞선 논의 과정에서 돋움회원 제도를 그저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위한 형식뿐인 제도가 아니라, 사랑방의 고민을 더 너르게 주고받는 계기이자 기회로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단체 등록을 위한 일정이 빠듯해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하지 못한 채 일단 돋움회원 모집과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먼저 마치게 되었기에 이 고민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방 활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려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과, ‘돋움회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맺어나갈 관계의 모양과 내용에 대한 논의를 너무 늦지 않게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