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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다시 국회 앞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을 다시 시작하며

지난 11월 8일부터 1월 9일까지 국회 1문 앞에서 농성장을 차리고 “차별금지법 연내제정 쟁취”를 외쳤던 날이 기억납니다. 몹시 추운 겨울이었지만 칼바람을 막아내며 함께 모여서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그땐 2022년 봄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1월이 지나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을 하며 지역구를 다니면서, 더는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 시작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것을 지역주민과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눴습니다. 봄이 되었지만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 한 끼 점심을 끊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가려는 ‘평등한끼’를 진행했지만, 국회는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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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텐트촌을 지키는 다양한 사람들

4월 11일, 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꼭 만들어가겠다는 마음을 다시 모아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국회 2문 앞에서 아침 일찍부터 자리 잡고 모여서 자리를 사수하고 텐트를 지켜냈습니다. 입구도 국회의 경내에 해당한다며 가로막는 국회 방호과의 저지에도 시민과 활동가의 힘으로 평등텐트촌과 미류와 종걸 두 단식자가 머물 수 있는 텐트를 국회 앞에 세웠습니다.

평등텐트촌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이 모인 공간이었습니다. 근처에 회의가 있는 활동가들은 꼭 잠깐이라도 들러서 인사를 하며, 자주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다시 함께하러 오겠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혐오세력이 몰려와서 평등텐트촌을 둘러싸며 피켓팅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피켓팅에 오기도 했습니다. 1박2일동안 평등텐트촌에 있는 사람은 일거리를 찾아서, 몸자보도 함께 만들고 430 봄바람 대회에 쓸 평등고깔모자를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평등텐트촌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알고 보면, 오랜 시간동안 이 싸움을 지켜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평등텐트촌 아침은 혐오세력과 마주침이기도 하다

평등텐트촌에서 잠을 자거나 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혐오세력의 피켓팅과 혐오발언에 노출됩니다. 동료/시민을 혐오하는 말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기자가 와서 질문합니다. “저 반대쪽이랑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적이 없나요?” 그럴 때 저는 너무 어이없었습니다. 일방적인 비방과 비난 그리고 혐오표현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리적 충돌’은 없었냐는 질문은 이미 발생하고 있는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불과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갈등으로만 납작하게 상황을 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 지경입니다.

이는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혐오세력이 운영팀 텐트에 들어와서 욕을 하고 갈 때나 단식자 텐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버틸 때도 경찰은 기계적 중립을 이야기합니다. 혐오세력의 피켓팅을 어쩔 수 없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찰의 모습에 화를 넘어서 허탈합니다. 경찰은 그저 다른 의견처럼 방치하며, 동등한 의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오히려 혐오표현을 동일 선상에 두고 이야기하는 사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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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이미 모였다

정치권은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회피해왔습니다. 이제는 지방선거 이후에 만들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마음을 모아서 농성장을 차렸습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시작점으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이미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응답할 차례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하고 싶은 분은 국회 2문 앞으로 1시부터 3시까지 진행하는 동조단식에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현장에 오시기 힘드신 분은 문자행동으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10만문자행동은 매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총집중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모두 아시겠지만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움직이도록 만들어가야 할 테니까요.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