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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다시 변혁을 꿈꾸며

2017년 촛불을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상황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격변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삶의 모양이 달라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돈 많은 정치인들의 투기와 불로소득을 둘러싼 뉴스가 도배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권을 탓하고 싶다가도 정작 사회운동은 어떤 요구를 만들고 조직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올해 초 인권운동사랑방에서는 이런 자문을 자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함께해나가고 있는 단체들과 나누고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모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사회운동이 마주한 어려움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평등, 세월호 진상규명 등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요구해온 개혁의 과제와 명분을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해결의 주체로 자임하며 의제를 점령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번번이 정책의 방향을 틀고 개혁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이만큼 한 게 어디냐는 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사회운동도 이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보다는 해당 사안을 두고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가늠하고 사안별로 대응하기 급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령, 어떻게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지 사회운동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찾아나가야 하지만, 정책이 발표되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비정규직 몇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는지로 논의를 뒤따라가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의제마다 사안마다 각기 다르게 대응을 해나갔지만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운동 공동의 문제의식과 담론을 만들고 확장하는 과정은 부재했습니다.

이는 결국 새로운 정치세력과 운동사회가 조우하는데도 어려움으로 작용했습니다. 소위 ‘이대녀/남’으로 명명되는 청년세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았지만 그 주목은 세대론에 갇히기 일쑤였습니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이대녀와 정치적으로 우경화되었다고 말하는 이대남으로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며 유별난 세대로 취급해버리는 것입니다. 유별남을 강조하기에 앞서 20대의 공통된 삶의 불안정성은 살피지 않은 채 말이죠. 세상을 바꾸자는 운동의 언어는 안그래도 팍팍한 삶의 조건을 바꾸기보단 누군가에게 특권과 반칙을 허용하자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각자도생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자원이 없는 청년 세대의 삶의 경험을 어떻게 세상을 함께 바꿔나갈 수 있는 세력화의 계기로 만들 것인지는 사회운동의 몫이었습니다.

사회운동이 마주한 어려움은 결국 권리 주체들의 목소리를 축소시켜왔습니다. 세계를 바꿔내기 위한 전망과 조직의 부재는 정치적 주체가 세워지는 과정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의 현장에서, 재난의 현장에서 이미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목소리를 내오던 노동자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이 사회가 듣게 만드는데 실패해온 것이지요. 이 실패는 다시 현장의 이야기보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신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회운동의 조직적인 힘이 쌓여가기 보다는 전문가적 권위에 기대기 쉬운 구조 속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는 권리 주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해자의 목소리로만 재현되었습니다.

모여서 움직이자

사회운동의 어려움은 이미 예고된 어려움이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내내 최악을 막기 위해 사회운동의 전망을 찾기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논리에 갇혀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채 2017년 촛불 정국을 맞이한 것이지요. 이는 사회운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민주당과 같은 정치세력도 정권을 잡고 국회에서 180석을 얻어도 자신들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며 여전히 보수에 맞서는 전선을 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더욱 실감하지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민주당이 여전하다고 사회운동도 그대로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5년이 결과를 확인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달라져야겠지요. 다시 사회운동이 전망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꿔낼 세력을 조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여러 분야의 활동가와 단체가 모여서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모아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단 모여서 이야기라도 해보자고 집담회도 열고 토론도 진행했습니다. 서로 다른 의제와 현안을 대응하는 활동가들이 모여서 나눈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우리 앞으로 최소 5년은 만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각자의 현안을 넘어서 사회의 구조와 운동의 현재를 함께 진단하고 문제의식을 맞춰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5년을 내다보자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이어가는 것이 너무나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어렵게 모인 활동가들의 고민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고 이 모임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는데요. 모임의 이름은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거창하게 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드는 이름입니다. 다음 달에는 이 모임을 본격화 하는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제 시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던지는 숙제를 ‘미션 클리어’하듯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체제를 넘어설 전망을 만들고 체제가 운동을 쫓아오게 만드는 길을 내는 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토론회 홍보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달 11월 3일 많은 분들을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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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계로 길을 내기 위한 사회운동 토론회에 초대합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재난을 마주하며,

한국 사회운동은 시대를 전환할 힘을 조직하고 있을까요?

각 운동이 대응하는 사안을 넘어서,

체제를 바꾸기 위한 공동의 논의와 운동을 만듭시다.

그 길을 시작하는 토론회에 초대합니다.

○일시: 2021년 11월 3일 수요일 오후 3시~6시

○장소 : 온라인 ZOOM 진행

○진행 :

_사회 박상은 (플랫폼C)

_기조발제(20분)

사회운동, 체제를 넘어 다른 세계를 열자 (인권운동사랑방/미류)

_토론(각15분)

1. 재생산정의는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기획하는가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나영)

2.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출발점 짚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나래)

3. 체제전환의 깃발, 기후정의운동 (멸종반란한국/김선철)

4. 반차별운동으로서의 탈시설화 운동, 돌봄과 실패를 함께하는 사회운동 (장애여성공감/이진희)

_전체토론(80분)

○주최 :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