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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재정

요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활동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마지막은 똑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2021년 올해 기필코 제정합시다…!” 다 같이 모여서 운동의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냐 하면… 아, 물론 한국 사회의 평등을 앞당기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꼭 필요합니다. 네네, 그럼요. 그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지금껏 열심히 활동해 왔지요. 하지만 우리 올해 꼭 제정하자고, 올해에는 제정해야 한다고,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2022년은 없다고 주문을 외듯이 다짐하는 배경에는 상당한 정도의 사심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활동가 복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전국 활동가 시국회의부터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시국선언, 찬반 논쟁을 벗어나 차별금지법의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사회적 토론을 연 연속 쟁점토론회 <평등을 토론하라>, 모두가 평등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만인선언>,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그 날까지 이어가겠다며 국회 앞과 전국 곳곳에서 시작된 <목요행동>, 차별금지법을 시민들의 힘으로 직접 만들겠다며 시작된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 국민동의청원 성사 후 9와숫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만든 ‘Opening' 곡과 함께 시작한 #오프닝챌린지까지… 다 읊고 나니 숨이 차네요. ^^;

지금 돌아봐도 2021년 상반기는 정말 어느 해보다 제정을 향해 성큼성큼 내딛으면서 지나온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료 활동가가 전해주기를, 사람들이 차제연에 상근활동가가 없다는 사실을 신기해한다고 하더라구요. 상근활동가 없이도 굴러갈 정도로 정말 많은 단체들이 마음을 내어 함께 하고 있고, 그만큼 제정 운동이 성장하고 확장되어 왔다는 것에 자부심도 뿜뿜 느끼고요.

하지만 ‘내년에도 이렇게는 못살겠다!’ 마음속으로 샤우팅 하게 되는 때도 있지요. 밤낮 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일정, 평일과 주말 구분이 사라진 온라인 논의, 해야 할 일을 다 쳐내고 뒤돌아서면 또 그만큼 쌓여 있는 일…. 일도 일이지만 휴가나 안식월인데도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만큼은 멈출 수가 없어서 계속 일하고 있는 동료 활동가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바쁘시죠?!” “아니에요~ 말씀하세요!”, “너무 수고하셨어요~” “아우, 다른 분들이 더 수고가 많으시죠” 가랑이가 찢어지는(^^;) 각자의 상황을 너무 잘 알아서 또 각자 무리해서라도 역할과 책임을 맡기도 합니다.

하반기 활동의 기조와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던 7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걸 우리가 다 할 수 있을까…’ 여러 걱정 속에서도 각자 흔들리는 눈동자에 힘을 주며 다짐했습니다. 2021년 연내에 꼭 차별금지법 제정해서 활동가 복지 쟁취하자!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눈 이야기지만…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2021년인 지금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활동가들의 사심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와 평등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길 아닐까요? (ㅎㅎㅎ)

제정과 재정을 함께!

2021년 연내 제정을 위해서 여름부터 남은 하반기까지 해 나가야 할 활동들도 상반기 못지않습니다. 아, 상반기만큼 일이 많다는 의미라기보다 ^^; ‘우리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사회적 요구로 만들어가고 있구나’, ‘정말 우리 힘으로 올해 안에 제정할 수 있겠구나’ 하는 모두의 마음과 행동을 모으기 위한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가려고 합니다. 국민동의청원 이후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와 의결이 이루어지도록 국회 법사위에 2021명의 사람들이 이메일로 촉구하는 <일해라 법사위!> 캠페인, 국회에 앞서 전국의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전국순회 시민공청회>, 평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이어가는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까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연내 제정을 위한 운동은 멈출 수가 없지요.

그런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국회 외에도,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하는 아주 ‘쪼끄만한’ 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금 과장하자면) 텅 비어버린 차제연의 곳간을 다시 채우는 일입니다.

사실 차제연은 어느 단위보다도 여유로운 곳간을 자랑하던 연대체였습니다. 소속 단위들의 분담금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가시화되는 만큼 운동에 필요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신청해서 지원받기도 하고, 매년 입법투쟁을 할 때마다 꾸준하게 든든한 금액을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으니까요. 그래서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을 위해 상황실을 운영하고 각종 크고 작은 사업과 대중행동들을 조직하면서도, 큰 걱정 없이 ‘제정’만 바라보고 운동을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차제연의 ‘텅장’은 그만큼 제정 운동을 헌신적으로, 열정적으로 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차제연이 ‘텅장’이라고 해서 앞으로의 활동을 해나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을 함께 해 나가자고 사람들에게 더 많이 제안하고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게 된다면, 곳간은 다시 차곡차곡 차오르지 않을까요?

8월부터는 차제연의 소속 단위들이 2021년 연내 제정을 위한 특별분담금을 모으는 한편, 더 많은 시민들이 제정 운동에 후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재정> 소셜펀치 후원사업을 시작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뱃지를 가방에 달고, 주변 사람들에게 차별금지법을 더 잘 알리고 설명할 수 있는 대중소책자를 들고, 우리가 광장과 거리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대중행동이 어려워진 조건이 너무 아쉽지만,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농성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뱃지와 대중소책자를 든 분을 만난다면 그 또한 역시 너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차제연의 통장을 들여다보며 2021년 연내 ‘제정’과 함께 ‘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보니 상반기에 작지 규모의 활동들을 금전적 제약 없이 해나갈 수 있었던 조건 자체가 참 행운이고 감사한 것이었네요. 하지만 2021년 연내 제정도, 텅 빈 재정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차별금지법을 평등의 약속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쌓아올리고 채워가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제연도, 사랑방도 그 사람들을 더 많이 더 깊게 만나기 위해 계속 움직이려고 합니다.

아, 사랑방 후원인 여러분도 먼저 2만원 후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재정 운동에 함께 해주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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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