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거울 같은 사랑방을 기대하는

최민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시는 ‘최민’ 님을 만났습니다. 사랑방 상임활동가들과는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분이시기도 한데요, 저와는 만난 적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기자회견장에서 마주쳤다는 핑계로 연락을 한 번 드려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연구소)에서 상임활동 하고 있는 최민입니다. 저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기도 한데요, 직업환경의학과는 내과, 외과, 소아과처럼 하나의 전문적인 과에요. 산재를 예방하는 일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더 건강하게 일하면서 자기를 실현하려면, 정신적·사회적으로 더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과입니다. 관련 정책을 만들기도 하고, 실제 일하는 노동자를 검진 등으로 만나기도 해요.

 

◇ 사랑방 후원은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학생 때 시작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생각이 잘 안 나요. 사랑방과의 인연은 오래되었죠. 사랑방에서 활동하는 학교 선배를 통해서 알기도 했고, 오랫동안 많은 활동을 해온 단체이니까요. 제가 대학생 때 1년 반 정도 작은 평화단체에 있었는데, 그 때 ‘한반도인권회의’라는 활동을 하면서도 사랑방을 만났어요.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활동가들, 이주영, 류은숙, 김정아와 함께 활동했죠. 그 당시에 류은숙 활동가에게 굉장히 맛있는 안주와 술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대한 소개도 해주시겠어요?

저희 단체는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고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단체에요. 실제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원이나 정책보다도 노동자가 자기 시간에 대해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일터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속도가 지켜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구소는 그런 운동을 하는 단체고, 그래서 노동운동하는 단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동자, 현장, 노동조합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활동을 함께 하는 회원들이 만들어나가는 조직이에요. 80명에서 100명의 회원이 있는데 주기적으로 활동에 결합하는 사람이 30명은 넘고, 매달 발간하는 잡지 ‘일터’에 원고를 쓰는 식으로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하면 6~70%의 회원들이 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는 총회를 한 번 하더라도 위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원 중 과반수가 참석해야만 성사되는데, 언제나 정족수를 채우는 게 힘들지만 아슬아슬해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회원들이 열정과 적극성과 애정을 가지고 연구소 활동을 운영하고 있어요.

 

◇ 어떻게 연구소에서 활동하시게 되셨나요?

대학교 4학년 졸업하기 직전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노동운동에 마음이 있었고, 또 운동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되면 일상에서 운동을 더 가까이 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고민을 가지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배이자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공유정옥 동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되면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동시에 연구소 회원 활동도 권유받았어요. 그래서 전공의 들어갈 즈음에 연구소에 가입해서 회원이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그러면서 이곳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 최근 연구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언론에서도 꽤 소개되었는데, 최근에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만들어졌어요. 저희 단체는 지금까지 산재 노동자를 직접 지원하거나 개별 사건을 다루거나 하지는 않아왔어요. 이웃 단체인 반올림에 연계하거나,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대책위에 결합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유가족을 근거리에서 볼 일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016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제가 유가족과 꽤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경험이 있었어요. 함께 사건에 대응하기도 하고, 자조 모임을 소개드려서 같이 나가기도 하면서 산업재해 피해가족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게 된 거죠. 그분들의 아픔이나 절박함을 느끼면서 이를 운동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과정에서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가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중심으로 생겨났고, 저는 이 모임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피해자 가족 네트워크 구축과 확대, 유가족 지원 등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고민중이예요.

 

◇ 얼마 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만나 뵈었는데요, 현재 산안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년에 산안법 전부개정으로 이슈가 많이 되기는 했지만, 사실 현행 산안법 자체가 굉장히 누더기같은 법이거든요. 저희 단체에서는 이전부터도 문제제기를 많이 해왔어요. 예를 들어, 전체 산안법에서 제일 핵심적인 조항 중 하나가 사업주의 일반적인 의무를 규정한 ‘보건조치’라는 조항이에요. 분진이나 화학물질로부터 보호조치를 할 사업주의 의무 등을 규정하는데, 거기에 스트레스나 정신질환을 다룬 항목이 하나도 없어요. 작년 전부개정을 통해 근골격계 질환까지는 서술이 되었는데, 아직 정신적 피해까지는 가닿지 못한 거죠. 이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계속 경영주의 눈치를 봐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측정해? 그건 너무 과도해.” 이런 식으로 포함을 안 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결국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부분은 전체 법안에서 ‘26조의 2’처럼 굉장히 일부에만 들어가게 된 거죠. 내용도 정신적 피해보다는 폭언이나 폭력 등만 다루고 있고요.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안이 실제 노동자의 입장이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하다못해 산재 신청서 하나만 봐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쓰기 힘든 형태거든요.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질병판정위원회라고 업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있어요. 커다란 방에 한 7명 정도 위원들이 앉아있는데, 그곳에서 쓰는 책상이 국회 같은데서 쓰는 것처럼 짙은 마호가니 색깔에 아주 큰 거예요. 피해자나 피해 가족이 저 멀리 앉아서 증언과 질의응답을 하게 되어있는데, 어떤 분이 그 자리가 너무나도 위압적이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 걸 보면서 현재 제도 자체가 이미 피해자들을 작게 만들고 있구나, 피해자를 요청하고 구걸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구조구나, 라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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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안전보건법 관련해서 계획 중인 활동이 있다고 들었어요.

법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써보려는 모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뭘 해달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당연하게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법체계가 필요하겠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되겠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대안적인 법체계를 고민해보려고 해요. 이런 생각도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싹트고 자라났어요.

이런 고민 속에서 최근 노란리본인권모임이 발간한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예전에 세월호 참사 이후 인권단체들이 결합해서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것도 기억났고요. 그 당시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최근 산재 피해자들과 만나다 보니까 자료집에서 이야기하는 피해자의 권리가 너무 와 닿았어요. 자료집에서는 산업재해(노동안전재해)와 재난참사의 차이점을 드러내서 서술하기는 했지만, 제가 읽었을 때에는 오히려 너무 유사한 점이 많았거든요. 자료집의 내용을 그대로 현재 제가 하는 활동에 가져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요. 차이점을 무시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하겠지만, 더욱 유사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모임에서 노란리본인권모임을 초대해 자료집 제작 과정과 고민을 들어볼 예정도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올해 제 화두는 쉼과 휴식인데요. 휴식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멍하니 쉬는 것도 좋아해요. 물론 일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는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건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편이에요. “쉬어야 하는데 일했어! 억울해!” 보다는, “널널하게 일하니까 좋네~” 싶어요. 이런 생각은 조금 위험할 수 있는데 (웃음) 그래도 가능하면 쉴 때 등산이라도 가거나, 며칠 멀리 여행이라도 가거나 하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하는 활동을 근로계약 관계로만 설명할 수 없지만, 전업 활동이 노동의 특성을 지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이 많으면 쉴 시간이 부족해지고, 그러다보면 소진되죠. 이런 문제의식이 단체에도 있어요. 올해 단체에 새로운 활동가가 2명 들어오면서 쉼을 보장하는 부분을 더 잘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나눴어요.

 

◇ 최근 단체에서 다 같이 다녀온 여행도 비슷한 맥락이었나요?

맞아요. 지금 연구소장님이 올해 1월에 취임하셨어요. 비상임으로 활동하시는 분인데, 우리 같이 해외로 놀러가자고 말씀해주셔서 함께 다녀왔어요. 출국 전날에 다 같이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하고, 심지어 몇 명은 비행기 안에서도 일을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즐겁게 놀다 왔어요. 조직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도 있고, 워크숍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우리 여행 가서 워크숍 할까?” 이런 이야기도 했지만 결국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했죠. 너무 즐겁게 놀고먹다 왔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에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2013년에 사랑방이 20주년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인상적이었어요. 그 전에도 사랑방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는데, 저에게는 사랑방의 활동이 유독 더 가까이 느껴졌거든요. 이런 느낌이 뭐였을까 생각해봤을 때, 사랑방의 이야기는 ‘현장에 가까운 이야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집회결사의 자유를 이야기하더라도 국제대회나 포럼이나 토론회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제 노동자가 직접 싸우는 집회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현장성을 사랑방의 특징으로 생각해왔어요. 인권운동의 현장성이 저한테는 사랑방의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것 같아요. 현장성을 잘 지키기 위한 고민을 20주년 때 진행한 것 같고, 몇 년이 지나 최근에도 비슷한 고민을 다시 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계속 자신들의 방향이나 운동 전략을 성찰하며 가는 게 좋고 저도 활동가로서 배우게 돼요. 활동하면서 제가 하는 사업이나 업무뿐만 아니라,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는다고 할까요? 좋은 이야기든 고민되는 이야기든, 전해듣는 사랑방의 이야기로 제 운동과 저희 단체를 비춰서 돌아보게 돼요. 앞으로도 그런 거울 같은 사랑방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