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자원활동가 일기] "인권과 친구하기 2003"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이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비단 무더위만 지나간 것이 아니어서, 곧 있으면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구상과 함께, 아마도 지난 방학 기간을 되돌아보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있을 꺼라 생각됩니다. 물놀이로 까맣게 그을린 살갗처럼, 조금은 변화된 성숙한 자신의 모습과 멋진 추억들을 그 속에서 발견한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도 없겠죠? 인권캠프에 참가했던 26명의 우리 어린이 친구들은 거기에 한 가지 더 ‘특별한' 추억을 보태고 있는 중일 겁니다.
8월의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지난 10일, 충청남도의 조용한 시골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조치원 청소년 수련원에서 가진 2박 3일간의 인권 캠프가 그것이죠. 올해는 26명의 어린이들과 12명의 교사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다행히 내내 날씨가 좋아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물에서, 모래밭에서, 잔디 위에서 종횡무진하며 신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바구니 가득 담긴 찐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시원한 수박 등을 친구들 모두 옹기종기 모여 먹어본 것도 우리 친구들에겐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권과 친구하기' 체험들이 빠진다면 결코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없겠죠?

두 번의 일정으로 나누어서 실시한 ‘인권체험놀이'는 개별 소주제 제목들에서 드러나듯, 어린이들이 평소 생각지 못했던 또는 아직은 생소한 여러 가지 인권 사안들에 대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된 시간이었습니다.
새만금의 무수한 생명과 어민들의 생사,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왁자지껄 갯벌>부터 편부모?혼혈?장애인?성적 소수자 등 다른 형태의 다양한 가정과 그러한 환경에 있는 친구들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해 본 <무지개 가정>,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 환경들 속에서 장애인?노약자 분들을 위한 편의 시설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직접 시설설계사가 되어보는 <인권설계사>시간, 다른 외모와 문화적 배경 그리고 주위의 편견 등으로 인해 소외 받고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이주노동자 분들에 대하여 올바르게 알고 먼저 그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위한 <이웃되기>시간, 평소 텔레비전이나 게임 등을 통해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전쟁의 숨겨진 실상을 발견하고 반전(反戰)의 중요함을 되새겨본 <평화 바이러스>,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네이스'(NEIS)에 입력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정보인권 침해의 무시무시함을 알아본 <내 허락 없이는>시간까지.
종종 우리 친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너무 놀라웠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들을 붙잡고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 권리조약에 담긴 ‘우리들의 권리'를 자신의 실제 경험들과 비교해보는 시간에는 많은 친구들이, "이런 것도 권리였어요?"라며 반문하기도 했죠. 인권 잔치에서는 어린이들이 새로 알게된 것, 느낀 것들을 토대로 숨은 장기를 마음껏 발휘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어린이들 모두의 열정과 인권교육실의 실무자 분들, 그리고 오랜 시간 세심하게 준비한 실습생 봉사자 분들의 노고들이 어우러져 큰 사고 없이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어떤 색깔로 제각각 인권캠프의 추억을 칠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현실 속에서 ‘작은 인권’을 실천해 나가는 데 인권캠프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