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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두서없는 글

난 아직은 알지 못한다. 그들의 외침도, 그리고 그들의 고통도, 하물며 피 흘리며 투쟁하는 그들의 마음속 깊은 속내까지도,

나에게 있어 투쟁이란 굉장히 어려운 단어다. 20년을 살면서 투쟁이란 단어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접해보기는 처음이었고, 정부의 윗분들과 큰 소리 내며 싸워보긴 처음이었으니까, 난 흔히 운동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전경들은 피 흘리고 데모하던 사람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내가 학창시절 비디오에서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다. 그 당시 난 ‘왜 저렇게 모든 민중을 혹사 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그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전경이나, 시위대나, 그리고 정부, 그들이란 인간자체는 미워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의 마음 깊숙이 뻗어있는 ‘악’을 미워하고 그들이 지은 ‘죄’를 미워 할 뿐이다.

난 왜!?
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한지도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나고 있다. 처음 활동을 하며, 그리고 상임활동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나에게 던진 질문은 단 한가지이다.

“난 왜 운동을 하려 하는가”
중학교를 다닐 때 새만금에 간적이 몇 번 있었다. 당시는 새만금의 심각성을 몰랐고, 갯벌에서 조개잡고 구워먹기에 바빴던 때였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의 ‘톱’기사로 떠올랐다. 내가 다녀왔던 저 곳에서 저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실감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매일 잠자리에서 의문을 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깨어나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하루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울역의 노숙자분들을 보며, 그리고 요상한 울음인지 웃음을 머금고 올라가는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를 올라가시는 장애인 분들을 보며, FTA를 저지하려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땅에서 나가기 싫다는 분들의 ‘절규’를 들으며 자신의 권리보다는 남의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며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인권이란 단어는 매일매일 새롭다. 매일매일 엄숙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고민을 만들어 낸다. 굉장히 포괄적인 단어 ‘인권’은 내게 매우 어려운 존재이다. 아직까지는 맥락과 이야기들, 그리고 나의 주장도 잘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많다.
논리가 맞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적어도 “저런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아직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난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내 갈 것이고 좀 더 많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 행동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어떠한 탄압도 난 두렵지가 않다. “나이가 어리니까”, “넌 아직 패기가 철철 넘쳐흐르니까”라는 말은 정말 바보 같은 말이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행동에서는 나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륜이야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의 경계를 넘어서서, ‘나’라는 존재와 ‘우리’라는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교감하는 그런 운동을, 그런 인권운동을 하고 싶다.

풀어야할 숙제
이제 새벽 5시가 다 되어간다. 철야노동자들은 한창 힘들 시간이다. 환경미화원분들은 취객들의 오물을 치우고 있을 시간이다. 박스를 주우려 다니는 사람들의 손에는 좀 더 많은 박스를 담고 가려는 힘이 들어가 있다. 다시금 날 다그친다.
    “난 어떠한 운동을 하려 하는가”
    “내가 앞으로 나가야할 운동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 인권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모기
    모기는 피를 빨아먹고 산다. 항상 귓가에서 왱왱 거리고 날 신경 쓰이게 한다.
    사랑방역시 그런 존재다. 피를 빨아먹지 않지만 항상 신경을 쓰게 된다.
    좀 더 많이 배우고 알아가야 할 과제가 많은 나로서는 사랑방은 소중한 ‘모기들의 집단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도 난 모기들과 재미있게 활동한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에 꽃이라도 달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날이 덥다. 이런 날은 사랑방 사람들의 말들이 시원하게 한다.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