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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평화를 심고 왔습니다~!

지난 식목일. 하루에 8시간은 꼬박꼬박 잠을 자 주어야 하는 저의 몸을 아침 7시 30분에 억지로 깨워 용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사랑방 식구들과 함께 평택에 나무를, 그리고 평화를 심으로 가기 위해서였지요. 자원활동가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헐래 벌떡 평택으로 향하는 급행전철 시간을 맞추어 영원 씨, 경내 씨 등이 달려왔습니다. 자 출발~~

전철을 타고 한 시간, 또 버스를 타고 30분 여를 달려간 팽성읍 대추리. 그곳에는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십 명의 어른들, 아이들이 와서 평화의 나무를 심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분들과 유람단 ‘평화바람’의 활동가들께서 왜 이 곳에 우리가 모였으며, 여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평택으로 미군이 집결되는 것은 주한미군의 성격의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동북아시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어디든지 출격하기 위한 신속 기동군으로 미군이 재편된다고, 그래서 이들이 여기에 있는 한 한반도와 이곳 평택은 언제든지 전쟁의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야트막한 야산 하나 보이지 않는 이 넓은 땅 지평선 저 끝까지가 모두 미군기지로 변하고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오시던 마을 어르신들이 충격과 한 때문인지 보름 간격으로 한 분씩 세상을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파왔습니다. 이곳에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게 된다면 이곳 평택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까요. 주변은 온통 기지촌화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은 황폐화되지 않을까요. 이미 50여 년 간 보여주었던 미군 기지촌의 모습은 더욱 확대 재생산되어 평택을 짓누를 것입니다.

대책위 사무실 앞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들은 넓은 땅을 가로질러 미군부대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철조망 앞에는 이미 마을 분들이 전날 구덩이를 파 놓고 두충나무 묘목을 준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나무를 심어본 것이 처음이라 삽질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하며 땅을 파고 나무를 심으면서 이 땅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한층 더 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식목행사에는 아이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평화에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아이들이 20대, 30대가 되었을 즈음에는 폭탄도 없고, 군대도 없는 세상이 찾아와 있을까요?

나무를 다 심고서 우리들은 나무 하나 하나에 각각의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저는 “No War! Yes Rose"라는 이름을 제가 심은 나무에 붙여 주었습니다. 함께 간 친구는 “군인 없는 세상,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날의 식목행사에 함께 한 모든 분들과 마을에 있는 커다란 창고 앞에 모여서 막걸리 한잔과 점심 도시락을 나누었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좋은 술안주와 반찬거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정부와 미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몇 년 후면 당연히 평택 팽성읍에 미군기지가 완전히 들어설 것이라고 당연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그것은 당연한 일일까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국책사업에 이제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은 말없이 순종하지 않습니다. 부안에서, 새만금에서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사역을 저지시킨바 있습니다. 국가의 일방적인 사업을 중지시킨 것은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리고 생명과 평화의 힘이었습니다. 평택에서 많은 이들은 다시금 평화와 민주주의의 저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군대는 언제가 강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이기는 것은 언제나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날처럼 우리가 그들보다 기쁨이 충만하고 즐겁다면, 우리의 마음이 그들보다 훨씬 풍요롭다면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저항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정현 신부님의 “어이 사랑방 어디가? 막걸리 한 잔 더 하고가~”라는 말씀을 뒤로하고 우리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서울로 올라왔지만 우리가 심은 나무는, 그리고 평화는 그 땅에서 영원히 남아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