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7월 10일 평화를 위해 평택으로 모이자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버릴 수 없다는, 보상은 필요없으니 제발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는 평택 팽성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300일 넘게 밝힌 촛불로 타오르고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삶터를 지켜내는 이들의 오랜 저항에도 정부는 올해말을 목표로 토지수용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말 용산기지 이전협정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은 기정사실로 되었고 주민들의 저항은 언론에서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군기지의 이전은 단순히 주둔지역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미군기지 재배치는 미군을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도록 해 대북선제 공격의 물리적 수단을 확보하려는 사전포석이다. 동시에 송탄 공군기지와 평택항을 이용해 주한미군의 신속한 해외이동을 보장함으로써 신속기동력과 정밀타격능력을 확대하려는 대중국 봉쇄정책의 일환이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이를 격퇴하고 휴전선을 다시 복구한다는 주한미군의 제한적 목표는 부시 행정부 이후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까지 포함한 공세적 작전계획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해외침략 전초기지와 병참기지 역할을 떠안게 될 것이다. 그 핵심에 용산과 전방의 미군기지가 옮겨가게 될 평택이 있다.

따라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은 미군기지 반대투쟁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생존권과 자결권을 위해 쳐든 농민들의 촛불은 평화를 누릴 권리로 향해가고 있다. 권리로서의 평화는 단순히 군사력의 충돌로부터의 자유, 국가주권을 위협하는 침략전쟁의 종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식의 군비대결은 물리적 전쟁에 앞서, 그리고 그보다 더욱더 기본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폭력을 낳기 마련이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짓누르는 국가보안법의 칼날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거부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현실 등 지난 50여년간 한반도를 짓눌러온 전사회적 군사화가 현실에서 발휘하는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평화를 누릴 권리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구조적 폭력에 의한 '비평화'의 상태까지도 인권을 부정하는 것임을 직시해야만 얻을 수 있는 적극적 권리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 민중들의 평화실현에 걸림돌인 미군을 이 지역에서 영구히 철수시키고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소멸시키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과제가 된다. 동북아 국가들의 비군사화를 위한 각국 민중들의 굳건한 연대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갈구하는 이들과 함께 7월 10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대행진'으로 모이자. 외로운 싸움으로만 머물러있던 평택의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비군사화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내자. 평화는 이를 염원하는 인간들의 하나된 발걸음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