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인권운동의 고민을 함께 나눈 자리

인권운동더하기 전략워크숍을 다녀와서

지난 5월 인권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확인하는 토론회에 이어 9월에는 인권운동의 전략 마련을 위한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워크숍에서 나눈 이야기만으로도 인권운동의 다양한 의제와 영역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4개월은 인권운동이 혐오와 인권 의제의 제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혐오와 제도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조응하듯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혐오세력으로 불리는 보수기독교 세력은 더욱 더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일삼고 정치세력과 결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추진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마저도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가로막으며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점점 광기에 찬 소수기독교 세력이 아니라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개헌 관련 토론회 등 온갖 공론의 자리에 등장해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혐오가 요동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다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고, 부양의무제 폐지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일자리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도 구성 중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국정원, 경찰 개혁위원회를 운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강화 역시 언급하며 인권의 의제를 정부차원에서 제도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니 세상이 바뀐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앞선 이명박근혜가 대통령일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인권의 의제가 제도로 수렴되는 속에서 운동진영은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과제가 던져진 상황입니다.

 

“영역과 의제를 넘나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서 다행입니다.”

 

워크숍 1부 집담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진희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인권운동의 목소리를 제도로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혐오를 방관하는 정부라고 비판만 하고 있다가는 중요한 인권의 논의가 국가 주도로 흘러가기 십상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인권운동이 제도화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합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오히려 ‘인권운동’이 중심축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진희 활동가의 말이 지금 시기에 인권운동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짚어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각각의 의제와 영역의 개별적인 움직임만으로 지금의 딜레마를 돌파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각자의 운동이 외치고 있는 이 목소리들이 의제와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운동이 펼쳐져야 서로 놓치고 가서는 안 되는 중심축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의제와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의 연결을 확인하고 연대를 만드는 운동, 개인적으로는 이 운동이야 말로 인권운동이 잘해왔고, 잘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권운동은 용산 철거민의 싸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싸움, 강장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각각 다른 의제지만 인권을 지키고 세우는 싸움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나아가 밀양 송전탑 싸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싸움까지 연대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분야를 넘나 드는 인권운동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혐오 세력의 공격과 제도화라는 파도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때, 인권운동은 다시 이 싸움을 묶어내며 서로의 연결을 확인시키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각자의 싸움이 아니라 모두의 싸움이며, 우리가 서있는 위치가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자리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