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2라운드를 시작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도 벌써 10여 년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부(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먼저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차별금지 사유 삭제 논란이 일던 즈음이다. 성적지향이나 학력, 병력 등을 굳이 삭제한 안이 확정될 때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버리기 시작한 셈이다.

차별금지 사유 삭제 논란은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확인시켜주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이 용인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에 정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인권운동의 과제가 되었다. 그래도 이때에는 국회가 있었다.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의제가 된 이상 제정하지 않을 도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혐오세력에 밀려 자신들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제정해주겠다고 나섰던 세력들이 모두 떠났다. 운동만 덩그러니 남아 혐오와 모멸을 견뎌야 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2라운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략 워크숍 열려

 

이런 이야기들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올해 초 대선후보들의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가 공공연히 말해지고, 며칠 후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자리에서 울려 퍼진 “나중에”가 회자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다시 관심을 얻게 되었다. 한 여성성소수자 활동가에게 ‘나중에’ 발언하라고 연호하던 말이 평등은 ‘나중에’로 밀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상징했다.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외쳤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나중에’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예시키는 정부여당의 열쇠말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것은 혐오의 정치를 벌이는 반동성애 세력들에 밀린 것이다. 그들은 최근 ‘동성애‧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을 만들어 ‘국민 YES 사람 NO’,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와 같은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러면서 차별과 편견을 확산시키며 힘을 결집시키고 있다. 시대에서 밀려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가장 환호받는 자리가 이곳이라는 점을 허투루 봐서는 안된다. 혐오는 정치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나중에’를 승인하고 있다. 인권의 문제를 시간의 문제로 둔갑시킨다.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리 힘겹지는 않았다. 차별금지법은 누가 제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일궈가는 실천 속에서 우리가 제정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워크숍에서는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힘을 다져갈지 고민을 나누었다. 정부나 국회가 외면하지만 10년이 흐르는 동안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커졌고 사회운동 안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혐오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며 꾸준히 싸웠던 덕분이다. 우리의 힘을 믿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법 하나를 만드는 운동을 넘어서 한국사회를 더욱 평등하게 만들어가는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찬찬히 가보기로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하반기 계획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17년 하반기에 차별금지법제정촉구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9월 12일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시작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에서 점심시간 서명 캠페인도 이어가기로 했다. 촛불로 타올랐던 광장이 한국사회에 남긴 숙제를 환기하며 변화를 위한 약속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안할 것이다. 10월말 촛불 1주년 집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큰 목소리로 울려퍼지길 바란다.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12월 10일을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도 열기로 했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힘차게 집회를 열 것이다.

서명운동과 함께 진득한 간담회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단체들이 자체적으로 해보려는 기획들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잘 오갈 수 있도록 하면서 평등에 대한 감각을 서로 북돋우려고 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단체가 아니라면 함께 하자는 제안을 들고 만나려고 한다. 우리 모두의 평등을 위한 법이라는 걸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운동이, 시민사회가 점차 평등하고 자유로워질수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거나 유예시키는 세력들이 변화할 것이다.

법안 성안 작업이 한창이다. 차별금지법에 담겨야 할 원칙과 내용들이야 이미 충분히 논의됐지만 그걸 법조문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작업이다. 물론 차별금지법은 법전에 새기기 위한 법이 아니라 인권의 주체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법이 되어야 한다. 차별에 직면하게 되는 여러 집단과 단체들이 함께 하는 집담회도 기획 중이다. 우리가 조금씩 더 배우게 되고 평등에 대한 감각을 더 익히게 될 가을이 설렌다. 올해 겨울이 왠지 춥지만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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