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세월호 참사 3년, 되새겨야 할 과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를 왜곡 은폐하던 김기춘도 구속되었고,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던 박근혜도 구속되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2015년 7월 세월호 인양업체가 선정된 이후 내내 지지부진하던 인양이었는데, 박근혜가 파면되면서 세월호가 올라왔다.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함께 싸워온 모든 사람들이 만든 결과다.

지난 3년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들이 전부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인양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난 3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다. 거리에 광장을 열고, 특별법을 만들고, 청와대로 나아가 대통령도 끌어내린 사람들이 아직도 시작점에 서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와 한국 사회

무언가 잘못되었다! 배가 침몰하던 그 때 그저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본능적으로 알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가 응축된 참사였다. 지난 3년은 참사 당시의 직감을 온몸으로 확인한 시간이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목도하며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부의 구조 노력은 전부 거짓이었고, 단 한명의 목숨도 살리지 않았다. 국가는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직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방기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범죄였다.

가만히 있으라. 침몰하는 배의 마지막 순간까지 울려 퍼지던 안내 방송 멘트는 한국사회를 관통했다. 배가 침몰해도, 옆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가 다쳐도, 거리로 나와 자신의 요구를 내는 모든 이들에게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사회다. 가만히 있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응징하는 권력이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탓해"라는 말이 촛불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서 느꼈던 국가의 태도가 무엇이었는지 확인시켜줬기 때문 아닐까. 세월호 참사는 해운업계의 관행이 빚은 선박 사고가 아니었다. 우리 삶의 거울이었다.

진상 규명을 위한 과제

"모든 국민은 인권 침해가 야기된 상황과 이유를 포함해 진실에 대한 불가양의 알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권리의 완전한 행사만이 인권 침해의 재발을 방지한다." -<불처벌 투쟁원칙>, 2005년 유엔인권이사회 채택

세월호가 한국 사회의 거울이라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은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 공동체가 지키고 나아가야 할 인간 존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진실에 대한 권리가 피해자와 희생자 뿐 아니라 사회 성원의 권리인 이유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수습자에 대한 수습은 그들 가족의 기다림과 슬픔, 울분을 사회 성원이 함께 나누는 과정이며 선체에 대한 조사는 참사의 진실에 닿기 위한 시작이다.

하지만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주체가 없다. 지난 특조위의 수임을 이어받는 2기 특조위의 출범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2기 특조위는 지난 특조위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 아래서의 특조위 경험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수사권, 기소권 역시 부여받아야한다. 참사의 책임자들의 협조를 기다리며 진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 역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의 전 과정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 권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참사의 피해자들이 사건 해결의 전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동시에 참사의 해법을 도출하는 데 중요 요소다.

특조위는 진상 규명의 경로 중 하나다. 진상 규명의 과제를 되새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첫째,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무엇인가. 세월호 같은 대형 선박의 침몰 원인은 한·두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수 있다. 선체가 인양된 지금 다양한 원인들을 조사하고 참사의 마지막 순간을 끊임없이 재구성해서 침몰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둘째,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지난 특조위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해경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암묵적으로 지시했고, 적절한 퇴선조치가 없었음을 밝혔다. 2기 특조위에서는 그럼 도대체 왜 아무런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참사 직후 해경이 단 한 번의 접안 이후 세월호의 침몰을 지켜본 이유야 대해서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거짓된 보고와 대국민 발표, 조직적 은폐 시도 등에 대해 밝혀야 한다. 참사 초기부터 해경은 구조 현황과 해경의 행적에 대한 거짓 발표를 일삼았고,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에 관해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도 무시당하고 있다. 김기춘의 메모나, 우병우의 검찰 외압 의혹 등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국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를 밝혀야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의지도 꺾을 수 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진실에 대한 권리는 정의를 위한 권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 권리의 중심 요소이면서 재발 방지의 전제가 된다. 물론 사법적인 처벌이 책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밝혀진 죄에 대한 처벌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조 책임을 방기한 일부 선원과 경비정 123정장은 징역 3년 형을 곧 마칠 예정이다. 더 큰 책임을 짊어져야하는 해경들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세월호참사가 지목하는 최종 책임은 정부를 가리키는데 처벌은 선사와 선원, 그리고 말단 관리자만 받은 것이다. 지휘자들이 가졌던 지위와 권한만큼 구조하지 않은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참사의 원인에 연루된 자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은 정의를 위한 권리를 세우는 데 필수다.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구조적 책임을 밝히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안전관리 업무를 무력화해온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사회적으로 단죄 받은 듯도 하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의 죄목은 횡령·배임 등이었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은 게 아니었다. 최종 책임을 자처한 박근혜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아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시스템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과 정부의 구조적 책임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야 한다.

진상 규명을 방해해왔던 검찰과 경찰, 공무원, 언론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청와대 김기춘, 우병우와 같은 권력자들의 지휘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고무줄처럼 활용했던 검찰, 참사 피해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하는데 앞장선 경찰,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며 조사 활동을 지연시키고 진상규명을 늦추기 위해 애쓴 공무원, 이 모든 활동을 정부의 편에 서서 여론을 호도하던 언론까지.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할 때만큼은 한 덩어리였다. 이들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것 역시 책임자 처벌의 과제일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아직 산적해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수습은 나날이 절박함을 더해가고 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로 다 담지 못하는 과제들도 많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사회는 달라졌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절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문제로서 세월호 참사를 겪어낸 사람들이 바꿔왔다.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모이고 외쳐왔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변곡점이 되었다. 세 번째 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모여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